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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2 (강지영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살인자의 쇼핑몰 2

강지영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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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어진 입을 얼른 닫았다. 고등학교 때 봉사 점수를 채우러 미혼모 쉼머에 간 적이 있었다. 삼촌의 트럭에서 내린 나는 미혼모 쉼터 마당에 둘러앉아 종이접기를 하는 임산부들을 보고 지금처럼 입을 떡 벌렸다. 다섯 명의 임산부 중 한 명이 내 중학교 동창인 탓이었다. 그때 삼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무 놀란 티 내지 마. 네 반응 때문에 저 친구가 자신의 불행을 깨달을 수도 있거든. 나는 민혜에게 불행의 트리거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잘 생각해 봐, 정지안. 너 좀비 알지? 살아 움직이는 시체들 말이야. 세상에서 그게 제일 무섭다며? 사실 나도 그렇거든. 만약에 우리 마을에 좀비가 나타나면 누가 가장 오래 살아 남을까?”
삼촌은 스며들 듯 내 침대에 누워 돌아누운 내 머리 밑으로 팔을 밀어 넣었다.
“우린 발전기도 있고 식량도 충분해. 창고 안엔 엄청난 무기가 가득하지. 시골구석에 사람이 살 거라는 생각도 못 할 테지만, 약삭빠른 좀비가 들이닥쳐도 걱정 없어. 고무 호스로 후려패고, 손도끼로 내려치고, 트럭으로 도망치면 안전하잖아.”
“재미없어.”
그땐 정말 우리 집 창고 안에 엄청난 무기가 가득한 줄 몰랐고, 삼촌이 살인귀들의 수장일 줄도 몰랐지만, 매번 그의 이상한 수작은 내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재밌으라고 하는 얘기 아냐. 언제든 자기가 선 위치를 무기로 써야 해. 물에 빠지면 물귀신처럼 상대를 물로 잡아당기고, 벼랑 끝에 서면 달려들게 도발하고 옆으로 빠지는 거지. 잊지 마. 위치를 이용해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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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선 기세가 팔 할이야. 실령 승부에선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차라리 감춰. 니 생가, 감정, 숨소리까지,,,, 그 어떤 것도 상대에게 드러내지 마."

"모든 것은 체력이다... 불쑥 손이 나가는 경솔함, 대충 타협하려는 안일함, 조급히 승부를 보려는 오만함... 모두 체력이 무너지며 나오는 패배의 수순이다. 실력도 집중력도, 심지어 정신력조차도 종국에 체력에서 나온다. 이기고 싶다면 마지막 한 수까지 버텨낼 체력부터 길러."

"그렇게 견디다가 이기는 거요. 쓰라린 상처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내려앉고, 새살이 돋고! 그렇게 참다 보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오거든.... 조국수. 바둑판 위에선, 한 번 피하기 시작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승부 각본집

윤종빈 외 1명 지음
스튜디오오드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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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우리를 계속 살게 도와주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종교가 있으면 자살이 ‘그릇된 짓’이라는 생각이 윤리적 저지책 역할을 한다. 물론 죽음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미칠 영향이나 모방 자살 염려도 자살을 저지한다. 또 앞에서 봤듯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화적 항상성(내부와 외부의 자극에도 형태와 생리적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것 - 옮긴이)이라는 자기 보존 본능도 있다.
인지 붕괴에 빠지면 이런 장벽들이 하나씩 무너진다. 의미 있는 생각을 하는 사고력을 잃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만 몰두한다. 정상일 때는 고통의 숨은 의미를 찾는 생각이나 영적인 생각을 낳는 추상적인 사고를 한다. 그런데 자살 앞에서는 이런 사고가 놀랍도록 사라진다. 슈나이드먼은 "자살학에서 가장 위험한 어휘는 네 글자로 된 단어(욕설 fuck을 의미 - 옮긴이)뿐이다." 라고 말했다. 달리 말해 자살 의향자는 모아니면 도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젖는다. 상황이 흑백이 되었고, 은유적 미묘함 따윈 없이 오직 죽기 아니면 살기밖에 없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제시 베링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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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인생은 게임'이라니,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인간은 믿으면 안 돼."
신발장에서 로퍼를 꺼내는 마토는 웬일로 저기압이었다. 5교시 수학 시간에 하시모토 선생님이 잡담을 하다 꺼낸 한마디가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든 모양이다.
- 대학 입시에 취업 준비에 육아. 앞으로 많은 시험대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뭐든지 즐기지 않으면 손해야. 인생은 게임 같은 법이니까.
"마토는 그런 사고방식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어? 내가? 에이, 무슨 소리야, 고다. 오히려 그런 사고방식은 싫어하는 편이랄까."
"왜?"
"인생은 무를 수 없잖아."

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리드비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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