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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의 어릿광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지음
재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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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님의 패자의 고백 게시물 이미지
거짓말 VS 거짓말 VS 거짓말

산속 별장에서 벌어진 추락 사망 사건.
남편은 아내가 나와 아들을 죽이려 했다고,
아내의 수기에는 남편이 나와 아들을 죽이려 한다고,
그리고 아들의 메일엔 엄마와 아빠가 나를 죽이려 한다고 쓰여 있다.

세 사람 중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을까?
살아남은 단 한 사람, 그리고 사라진 두 사람의 고백이
맞물리며 진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수기, 진술서, 이메일 등 ‘문서’로만 전개되는 독특한 형식의 미스터리.
재판 장면 하나 없이도 법정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단 한 줄의 대화문 없이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변호사 출신 작가 미키 아키코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
법정 미스터리의 논리와 본격 추리의 정밀함이 절묘하게 맞물린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작가가 곳곳에 심어둔 위화감이
한순간에 정리되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

처음엔 다소 건조하게 느껴졌지만, 읽을수록
‘문서만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힘에 놀랐다.
단 한 줄의 대화 없이도 이렇게 심리 묘사가 생생할 수 있을까.
등장인물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곧 ‘증거’처럼 느껴졌고,
나 역시 문장 속 단서를 좇는 기분이었다.

결말의 반전은 요란하지 않지만, 그 담담함이 오히려 오래 남는다.
책을 덮는 순간, 제목의 의미가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읽는 내내 ‘진실’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생각하게 했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진실을 말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진실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거짓이 된다.
작가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인간의 심리를 해부한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서늘하다.

읽고 나면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자기합리화와 죄의식’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블루홀식스(블루홀6)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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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님의 패자의 고백 게시물 이미지

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블루홀식스(블루홀6)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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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정님의 나의 리을 이야기 게시물 이미지
주인공 오율은 케이팝을 듣고, 도서관에서 랭보의 시를 읽는다.
그때마다 공중으로 15센티미터 떠오른다.
그건 누군가에게 허무맹랑한 상상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오율에게는 세상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게 ‘리을’은 그에게 리듬이자 호흡, 그리고 꿈의 모양이 된다.

그런 오율 앞에 ‘을오’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이름에 ‘ㄹ’을 품은 아이. 을오와 오율은 상처를 나누기보다 리듬을 주고받으며 연결된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냥 함께 듣는다.
같은 음악을, 같은 시를, 같은 공기를. 그 청취의 순간,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진다.

을오와 오율의 관계는 ‘상처의 공유’가 아니라 ‘리듬의 교감’이다.
둘은 서로의 박동을 듣고, 음악과 시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사랑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둘이 함께 진동하는 순간만큼은 세상이 달라진다.
그 순간의 감정이 이 책이 가진 가장 순수한 로맨스다.

폭력, 가난, 불안한 가족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오율은 ‘리을’이라는 자음 하나로 세상과 자신을 이어 붙인다. 케이팝의 가사, 랭보의 시, 고려가요까지 이어지는 리듬 속에서 오율은 자신의 리을, 즉 자신만의 질서와 세계를 만들어 간다.

『나의 리을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거대한 구원이 아닌, 아주 작은 떠오름을 다룬다는 점이다.
오율이 공중에 뜨는 높이는 고작 15센티미터지만, 그 미세한 높이가 현실과 절망 사이의 틈을 만들어 준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내 안의 ‘리을’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살게 하는 리듬은 무엇일까. 음악일 수도 있고, 글쓰기일 수도, 아니면 누군가의 따뜻한 한 문장일 수도 있겠다.

책 속 오율처럼 나 역시 세상을 버티기 위해 나만의 리듬을 찾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취미, 사소한 습관일지라도 그게 나를 조금이라도 ‘떠오르게’ 했다면 그건 분명 나의 ‘리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가볍게 숨 쉬는 법을 알려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거대한 용기나 완전한 도약이 아니라 15센티미터의 떠오름, 그만큼의 여유일지도 모른다.

청소년 독자에게는 위로로,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지낸 몽상의 감각으로 남는다.

나의 리을 이야기

신소영 지음
씨드북(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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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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