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0 지금의 나라면 이십대의 나에게 상하지 않고 자라는 것은 없다고 말해줄 수 있을 듯하다. 더 덧붙이자면 상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아예 말이 되지 않는다고.
p.11 막막하고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을 때면 가장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생각하는 일이 도움이 된다. 뿌리가 있고 뿌리를 심는다. 지키고 싶은 여름이 있고 그 여름날들을 지킨다.
p.173 식물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좋은 마음도 그런 안도였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식물들이 피고 지는 숱한 반복을 하며 가르쳐주는 것은 뭐 그리 대단한 경탄이나 미적 수사들이 아니라 공기와 물, 빛으로 만들어낸 부드럽고 단순한 형태의 삶의 지속이었다. 그런 식물의 녹록함이 우리에게 지혜로서 머물기를, 녹록지 않은 순간에도 고개를 돌려 나무 한 그루, 잎 한 장에 시선을 맞출 수 있는 용기가 새해에는 마음속 포트에 늘 담겨 있기를 바랐다. 바로 그 전환의 용기야말로 식물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빛나는 마음이라는 것을 한 해의 끝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기쁘게 깨닫고 있으니까.
p.191 문득 내가 스스로 작업을 멈췄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상황을 주도하는 한 그것은 중단이나 종료를 뜻하지 않으니까. 모든 넘어지는 것들은 다시 걷기를 바라며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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