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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지극히 현실적인 책이다
읽는 내내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그런 것 같다

‘상냥한 폭력’에 대해 계속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
p.9
나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은 뱉는 순간 허공에 흩어진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가장 깊은 안쪽에 가만히 모아두고 싶다. 그것이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지라도.

p.12
입주자 전용 엘리베이터가 여섯 대 운행되고 있지만 직원들은 탈 수 없었다. 입주자들과 마주치면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젠가 본부장이 전체 회의에서 그것을 재차 강조했을 때 나는 불쾌감이란 단어를 혐오감으로 대체해보았다.

p.33
샥삭과 나 사이에, 바위와 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줄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샥샥은 샥샥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바위는 바위의 속도로.

p.97
내가 잠시 한눈을 팔아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죄가 또 유예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하고 절망했다.
극적인 파국이 닥치면, 속죄와 구원도 머지 않을텐데.

p.114
바래는 것과 사라지는 것 중에서 어떤 쪽이 더 나을까.

p.201
사람들이 여럿 모이면 어디나 뒷말이 많다. 선량하고 유쾌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p.215-216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원망하기 위해서, 욕망하기위해서, 털어놓기 위해서.

p.220
누구에게나 평소보다 조금 더 짙은 위약을 떨고 싶은 순간이 있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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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마음산책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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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tokkiegbp

이 좋은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사람들이 요즘 챗gpt와 대화를 나누면서 위로를 받기도하는데
책 속에서의 콜리가 현실에서의 챗gpt가 아닐까

콜리와 연재, 콜리와 보경, 은혜와 투데이, 콜리와 투데이의 관계에서 나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
앞으로 점점 더 팍팍해져가는 삶 속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위로를 받기보다 동물이나 기계에 더 위로를 받는 세상이 올 것 같다. 아니… 이미 온 걸지도…


——
p.28
투데이의 등에 앉아 달릴 때마다 콜리는 숨을 쉬었고, 호흡이 생명의 특권이라면 콜리는 그 순간만큼 생명이었으며, 생명은 살아 있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콜리는 살아 있었다.
콜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투데이가 달릴 때 만큼은 살아있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p.69
“왜 말을 타다가 하늘을 바라본거야 ?”
"하늘이 그곳에서 그렇게 빛나는데 어떻게 바라보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p.83
삶이 이따금씩 의사도 묻지 않고 제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린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벽에 부딪혀 심한 상처가 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방향을 잡으면 그만인 일이라고.
우리에게 희망이 1%라도 있는 한 그것은 충분히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 이라고.

p.93
사람은 이따금씩 강렬하게 무언가에 끌렸다. 그게 사람일수도, 사랑일 수도, 음악일 수도, 물건일 수도 있었다. 그 강렬한 끌림 앞에서는 무엇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p.157
지독히도 인간 중심적인 이 행성에서 동물들은 변화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보호받지 못하면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자유를 주다니. 복회는 그것 역시도 착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 여겼다.

p.204
“그리움이 어떤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 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p.205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거야."
보경의 눈동자가 노을빛처럼 반짝거렸다. 반짝거리는 건 아름답다는 건데, 콜리 눈에 그 반짝거림은 슬픔에 가까워 보였다.
“행복이 만병통치약 이거든.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p.232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큼 완벽한 해결방법은 없을 것이다.
과거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에는 어떤 고통이나 슬픔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누구도 현재들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겠지.

p.251
“언젠가는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시기가 올까 봐 두려워요."
복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민주가 잠자코 뒷말을 기다렸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는 아니겠지만 아주 먼 미래예요, 짐승이 이 행성을 포기하게 되는 거요. 이 곳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의 유전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거예요.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착취당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유전자가 생존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잖아요.“

p.261
“고작 이틀에서 14일로 삶을 연장한다고 뭔가 달라질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
"당연하지. 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기회를 맞닥뜨린다는 거잖아. 살아있어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기라도 하지.”

p.301-302
“네가 행복이 뭔지 알기나 하니?"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다는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그런데 너는 못 느끼잖아."'
행복이라는 건 결국 자신이 느끼지 못하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단어 아닌가.
“저도 느껴요.
저는 호흡을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느껴요. 옆에 있는 당신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져요. 저를 행복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당신이 행복해지면 돼요. 괜찮지 않나요?"

p.312-313
“너는 모든 것에 꼭 이유가 다 필요해?"
“세상에 모든 것들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런건 누구한테 들었는데?"
"들은게 아니에요. 그렇게 알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수가 되기 위해서이고 인간이 저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예요. 무의미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틀렸어. 네가 잘못 알고 있는거야. 세상에는 원래 이유가 없었어. 인간들이 이유를 가져다 붙인거지. 그러니까 순서를 따지자면 이유 없이 생겨난게 먼저야.”
"하지만 저는 틀릴수가 없는데...“
”누구라도 틀려. 원래 살아가는건 틀림의 연속이야.“

p.319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낯선 것에 도전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p.332
콜리가 옆에 있어 연재는 홀로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콜리에게는 생명체가 가진 체온이 없었다. 그럼에도 콜리는 언제나 이곳에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였다.

p.349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은이) 지음
허블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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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은이) 지음
허블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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