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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나는 너무도 멀쩡하게 태어났고, 내 부모는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실한 기독교도이자 고루한 중산층일 뿐이며, 내게는 남편이 있다. 지루하지만 착한 남자다. 그리고 내 옆에는 갓 두 돌이 지난 아이가 색색거리며 자고 있다. 언제 울면서 깨어날지 모르지만.
🌱나는 평범하다. 그래서 평범하지 않은 삶을 꿈꾸었다. 간섭을 하지 않는 예술가 부모와 나만 아는 충직한 집사 같은 남자 어른을 갖고 싶었고, 어릴 때는 나이가 많은 연인을 지금은 나이가 어린 애인을 소유하기를 꿈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나의 남편은, 지극히 평범하다. 대학병원의 고용 약사인 남편은 술을 마시고 온 날에만 코를 곤다. 양말을 내팽개치지도 않고 바지를 뒤집어 벗어놓지도 않는다. 내가 걸레질을 하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러고는 내 귓불을 깨문다. 🌱나는 순진한 이 남자가 나에 대한 의혹과 회의를 가질까봐 조심한다. 🌿나의 쾌락은 언제까지나 유예될 수밖에 없다. 이 남자와 함께 있는 한.
그래서일까? 나는 마음을 찢어놓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비참하거나 슬프고,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는 이야기. 제대로 된 이야기라면 기쁨에는 슬픔이, 슬픔에는 기쁨이 깃들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나를 어찌할 수 없다. 남편이 초인종을 누르건 말건 침대에 누워 있고만 싶고, 잠에서 깨어 젖을 달라고 보채는 아이의 뺨을 때리고 싶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몇 년만 숨어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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