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 팔로우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의 표지 이미지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펴냄

대한민국을 둘러싼 상황은 어느 때보다 험악하다. 국가 비상사태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미국의 도를 넘는 관세정책은 제조업 기반인 한국엔 치명적일 밖에 없다. 가뜩이나 둔화된 경제가 아예 뭉개질 수 있으리란 위기가 공공연하다.

이미 적잖은 공장이 멈춰 섰고 시장엔 돈이 잘 돌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은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복지를 책임지는 지역의 소멸이 위기에 든 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어느 때보다 멀어진 남북관계는 신경 쓰는 이들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인구절벽과 연금제도 붕괴는 예고된 재앙처럼 자리한다. 주어진 이십여 년의 시간은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마치 항아리게임 같은 난이도처럼 여기도록 한다. 공동체는 침몰하는 배와 같으니 각자도생의 튜브나 챙기자는 자조를 흔하게 마주한다.

그럼에도 희망을 말하는 이가 있다. 절망의 언덕에서 희망을 구하는 이, 어떻게든 흐름을 되돌리자 외치는 이들을 본다. 민주주의 공화국의 유일한 희망이 정치, 현명한 주권행사에 있다는 데 이들은 뜻을 함께 한다. 윤석열을 선출한 것도 정치, 그의 선택을 막아선 것도 정치, 마침내 그를 끌어내려 법의 심판대에 올린 것도 정치이고 보면, 정치가 시민과 공동체의 보루란 건 분명해 보인다.

스스로 편파적 저널리즘으로 오늘의 언론이 망쳐놓은 기울어진 지형을 보완해야 한다 역설하는 저자다. 책 전반에 걸쳐 민주당과 이재명, 조국 등에게 노골적으로 우호적 서술을 이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조국을 <글래디에이터> 속 막시무스나 그리스 고전 비극 주인공에 빗대는 묘사,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논하는 대목 등이 특히 그렇다. 일부 대목에선 이들에 대한 비판에 지나치게 격렬히 반응하여 피해의식의 작용이 아닌가 여겨지는 대목도 없지 않다.

그러나 책 가운데는 읽을 만한 대목이 훨씬 더 많다. 민주당의 잘못을 지적한 유일한 대목이 특히 그러하다.

유시민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크게 이기고도 180석의 의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필요한 개혁과 입법에 실패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며, 제도적으로 이를 방비하자는 데까지 나아간다. 지난 잘못을 외면하거나 아예 정치에 회의를 갖는 대신, 당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채 제도를 개선하자는 저자의 태도가 매우 건설적이며 진취적으로 느껴졌다. 진심으로 감탄했다.
0

김성호님의 다른 게시물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마이니치신문> '간병 가족' 기획보도를 그대로 따라한 <서울신문> 탐사보도.

접촉이 어려운 때문인지, 책 가운데 생생한 이야기가 충분히 담겨 있진 못하다. 그럼에도 담은 사례가 전하는 경향성만큼은 선명하고 뚜렷하다. 개인과 가정의 붕괴 가운데 사회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단 것, 고립되고 피로가 누적된 이들이 마침내 극단적 선택에 이른단 것이 하나하나 그렇다. 경향과 그 원인이 나왔으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단 건 참담한 일이다. 한국의 오늘이 꼭 그러하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4명 지음
루아크 펴냄

10시간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단 몇시간에 읽어낼 수 있는 가벼운 소설이지만, 읽어내기 어려운 무거운 작품이기도 하다. 더럽고 불쾌한 환경뿐 아니라 너절한 쌍욕이 넘실대고 감수성 높은 독자에겐 버거울 성적 묘사며 인간과 사회의 깊은 어두움을 구태여 건드리는 시선까지가 하나하나 그러하다. 소설이 단 한 줄 적고 있는 문제로도 책 한 권이 거뜬히 나올 만한 구석이 여럿이다. 최현숙이 과감한 결단으로 적을 것과 적지 않을 것을 구분하며 거침없이 나아간 결과로써 단촐한 외양을 얻었을 뿐이다. 구술생애사인 저자의 역량을 한껏 펼쳐 소설이 아닌 취재기를 적었다면 100페이지가 아니라 1000페이지도 거뜬했을 테다. 읽는 이의 수는 그 무게에 반비례했겠지만.

읽는 일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독서가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효과적 수단이란 것이다. 인간은 익히 만나본 적도, 들어본 적도, 그리하여 알지 못했던 세계의 실존을 책을 통해 접한다. 이 책이 해내는 바가 꼭 그와 같다.

창신동 여자

최현숙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란 신조어를 직접 만들어 책 제목으로 빼어 달 만큼,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실을 뒷받침하는 건 물론 통계와 팩트다. 저자는 이를 통하여 독자에게 세상을 왜곡해 바라보도록 하는 어리석은 본능을 제어하라 일갈한다.

막상 책을 읽다보면 말이 안 나온다. 최소한의 근거조차 없는 편견과 고정관념, 얕은 논리와 비좁은 세계관이 그야말로 낭중지추, 주머니를 뚫고 허벅지를 찔러댄다. 과학과 통계가 자본에 함락돼 거짓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건 이제는 상식이 돼야 마땅하다. 오염된 자료가 수두룩한 이 책은 스스로가 사실충실성에 반해 치우친 주장을 강화하는 예시라 할 것이다.

이런 책을 세종도서로 추천하고 베스트셀러의 영광을 안긴 한국사회가 민망하다. 제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검정인은 추천사를 출판사 홍보문구처럼 적어두었다. 구린내 진동하는 세상에서 이 책이 말하는 낙관은 어리석음의 징표일 뿐이다.

팩트풀니스

올라 로슬링 외 2명 지음
김영사 펴냄

5일 전
0

김성호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