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대부분 열린 결말로 끝난다. 그래서 책을 덮고도 한동안 장면들이 머릿속에 맴돌고, 곱씹게 된다.
거창한 사건 대신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법한 순간들을 집어 올린다. 버섯 농장을 비롯한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에 발 딛고 있는데, 그 속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읽다 보면 오늘날 사회에 스며 있는 불평등, 불신, 관계의 불안정성이 고스란히 비친다.
사건이 절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사기범은 잡히지 않고, 무너진 우정도 돌아오지 않는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는 평범한 산책조차 불안에 잠식되고, 별장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은 끝내 위협으로 남는다.
결국 우리 삶을 둘러싼 작은 틈과 균열을 보여준다. 그 틈 속에서 누구나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무력감을 느낀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오래 마음에 남는 건, 그 감정들이 결국 내 삶과도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묘하게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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