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이 1953년에 출간된 책이라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얼마나 한결 같은지 놀랍다. 돈과 권력은 어느시대든 사람을 현혹한다.
현실적인 배경속에 초현실적인 주인공이다.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사람, 권력 앞에 기죽지 않고 위협 앞에 굽히지 않는 사람, 조금이라도 거리낌이 있다면 돈도 사랑도 친구도 받지 않는 결벽적인 사람.
이런 사람이 드물긴해도 세상에 존재할것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지켜야 하는 순간 사라질뿐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반려동물 조차 곁에 두지 않고 사람들과 이별하며 홀로 늙어가는 고독한 탐정이다.
<이별을 할때마다 조금씩 죽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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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순진하길래 이러시오, 말로? 세상물정 알 만큼 아실텐데. 법은 정의가 아니오. 몹시 불완전한 체계란 말이오. 눌러야 할 단추를 또박또박 정확히 누르고 행운도 좀 따라줘야 간신히 정의가 실현 될까 말까요. 법은 처음부터 일정한 체계를 마련해보려고 만들었을 뿐이니까.">
<고무밴드 한개를 집더니 양쪽 엄지에 걸고 잡아당겼다. 점점 더 길게 늘였다. 마침내 고무밴드가 뚝 끊어졌다. 그는 끊어진 고무줄 끄트머리에 얻어맞은 엄지를 문질렀다.
"누구나 지나치게 잡아당기면 끊어지기 마련이오. 아무리 강인해 보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지. 또 만납시다.">
<"난 아직 무사해요. 자꾸 겁주려고 하지 마세요. 내가 원하던 대로 됐으니까. 레녹스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스프링어한테 가서 면상에 침을 뱉었겠지만."
"당신이 대신 뱉어줬잖아요. 그리고 이번에는 스프링어도 그 사실을 알아요. 검찰은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옭아매는 방법을 백가지도 넘게 알죠.">
<"잘 가게, 친구. 작별인사는 생략하겠네. 가슴에 사무칠때 벌써 해버렸으니까. 슬프고 쓸쓸하고 영원한 이별이었으니까.">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열린책들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