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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서정학 외 49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고있어요
가을
-서정학-
잔디밭에 누워있었다. 누군가의 무릎을 베고 있었다.
쌀쌀한 바람이 뺨을 타고 흘렀다. 흥얼거리는 낮은 음성.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흘러간 시간의
냄새가 났다. 바스러지는 낙엽들. 그리고 가을이다. 그리고 햇빛이 손바닥을 뚫고 반짝였다. 그리고 새들이 기저귀는
소리가 들렸고 그리고 잔디밭이 꺼지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찢어진다. 아래로 떨어진다. 생각은 하고있었지만 실제 겪는 건 좀 다르다. 그리고 그리다보면 그림이 완성된다. 가을이다. 갈색으로 물든 잔디밭에서 떨어진다. 누군가의 무릎에서 떨어진다. 찬바람이 뺨을 때린다.
해는 저물고 그리고 눈송이가 떨어진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잠깐 춥다. 그리고 떨어진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다보면 가을이 간다. 잠깐 왔다가 눈이 온다.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찢는다. 날 선 가을이 찢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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