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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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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reori

이마무라 마사히로 작가님의 최신작 [디스펠]을 읽었습니다. 단점이 조금 있지만 좋은 작품입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호러 미스터리 장르를 처음 쓰셨다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는 잘 한 거죠. 괴담을 단서로 삼아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단순히 괴담의 내용을 단서로 삼는 게 아니라, 메타 레벨에서 분석하는 모습은 마치 미쓰다 신조 작가님 작품을 보는 거 같았어요.

추리의 규칙이 아쉬웠습니다. 규칙의 어떤 부분이 아쉬웠다는 게 아니라 규칙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쉬웠어요. 괴이는 논리를 벗어난 존재잖아요? 그런데 그런 괴이를 추적하면서 ‘이런 규칙에 따라 추리를 해야한다’고 하는 게 조금 납득하기 어렵더라고요. 심지어 그 규칙이라는 게 괴이의 어떤 특징에 기반한 게 아니라 단지 토론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나온 거죠. 실체적 진실은 인지를 초월하는데 구태의연한 형식 논리만 붙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나머지는 다 좋았어요. 초등학생 주인공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고요. 그 나이 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을 보는 건 재밌었어요. 예상을 한참 벗어난 결말을 읽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어요. 솔직히 결말이 그런 방향으로 갈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정말 너무 즐겁게 하루만에 다 읽었습니다.

책 값이 아깝지 않았어요.
평점은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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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러리

@delreori

잠깐 백종원 선생님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백종원 선생님은 일반 대중의 입맛을 잘 아십니다. 어떤 음식이 팔리는지 아시는거예요. 세계 최고의 미식을 만들진 않지만 잘 팔리는 외식을 만드십니다. 요리사로선 어떤지 몰라도 외식 사업가로선 훌륭한 분이십니다.

왜 백종원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냐구요? 치넨 미키토 작가님이 그분과 비슷한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불멸의 고전을 쓰진 않으시지만 일반 독자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십니다. 이 작품도 그랬어요. 문학가로선 어떤지 몰라도 장르 소설가로선 훌륭한 분이시죠.

작가님의 뛰어난 필력 덕에 마지막 장까지 술술 잘 읽혔습니다.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도입부에서 느낀 흥미를 마지막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자를 속이기 위한 미스디렉션도 아주 뛰어난 건 아니지만 꽤 잘 돼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분명 경찰이 어떤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지 않고 숨겼다고 했는데, 나중에 등장인물이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처음엔 뭔가 단서인가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그냥 오류였습니다. 다른 장르라면 모를까, 추리 소설에선 이런 오류는 치명적이지요.

중요한 부분을 어물쩡 넘어가려는 모습도 단점입니다.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시신과 대화하라”. 이 말을 듣더니 갑자기 단서를 발견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단서를 발견하는 과정은 이 장르에선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대강 넘어가니 아쉽습니다. 대충 멋진 말 몇 마디로 얼버무리고 넘어갔어요.

결론을 내리자면 5점 만점에 3점. 술술 잘 읽히고 합격점 이상의 재미를 주지만, 뚜렷한 단점도 있습니다. 치넨 미키토 작가님은 이제 장르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부분에선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시니,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종이학 살인사건

치넨 미키토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고있어요
2023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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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reori

명탐정들은 얼핏 봤을 땐 현실에 있을 법합니다. 그들는 초능력도 없고, 하이테크 슈트도 없어요. 그저 뛰어난 두뇌를 가졌을 뿐이예요. 그들이 내놓는 추론을 보면 독자인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어렸을 땐 명탐정 흉내를 내면서 이런 저런 추리를 하고 놀았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외관을 관찰해서 어떤 사람인지 추리를 하곤 했죠.

하지만 명탐정의 추리가 척척 맞아떨어지는건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해요. 작가가 짜놓은 퍼즐이기 때문이죠. 현실에선 그런 활약이 불가능 합니다. 그들의 추리가 척척 정답인건 작가가 그걸 정답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거예요. [Z의 비극]에서 명탐정 드루리 레인은 범인이 약속 시간을 바꿨던 걸 근거로, 그가 사형집행에 참석한 사람이란 추론을 합니다. 하지만 꼭 그러란 법은 없지요. 단지 그날 밤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레인의 추리는 정답이었어요. 작가가 그것이 정답이라고 정했으니까요.

자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죠. 명탐정이 내놓는 추리를 작가가 부정한다면? 소설 속 명탐정이 멋진 추리를 내놓지만 작가가 그걸 부정하는 새로운 단서를 내놓습니다. 그럴경우 명탐정은 속절없이 당하는거예요.

이 책의 명탐정인 트렌트가 당한 일이 바로 그겁니다. 사건 현장을 관찰하고 그럴싸한 추리를 내놓습니다만, 작가는 잔인하게 그 추리를 파괴합니다.

이런 식으로 작가가 작품 속 명탐정을 괴롭히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컨셉의 원조는 이 작품이죠. 황금기 이전에 나온 작품이란걸 감안하면 굉장히 시대를 앞선 컨셉이예요. 과연 도로시 L 세이어스가 읽고 감탄했을 법합니다.

추리적인 면에서 평가를 하자면, 상당히 좋았어요. 트렌트가 내놓은 추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현장의 기괴함을 모두 합리적으로 설명 할 수 있는 추리였어요. 제겐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반면 진상은 그에 비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너무 탐정의 추리를 파괴하는데 집중한 느낌이랄까요? 거외 말 싸움 할 때 설득이 아니라 그저 비방 하기위해서 싸우는 사람 같은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트렌트 최후의 사건

에드먼드 클러리휴 벤틀리 지음
엘릭시르 펴냄

2023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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