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안팎에 어제 심은 소화의 이름을 능소화라 하였습니다. 하늘을 능히 이기는 꽃이라 제가 이름지었습니다.
저는 팔목수라가 가둔 우리의 운명을 거역할 것입니다. 오래전에 팔목수라는 말했습니다.
사람이 잊지 못할 추억은 없다고, 사람이 이기지 못할 슬픔은 없다고, 아물지 않을 상처 따위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편 잃고 자식 잃은 슬픔을 잊을 수도, 이길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거닐던 날들을 잊지 못합니다.
이제 능소화를 심어 하늘이 정한 사람의 운명을 거역하고,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202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