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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나는 이 역시 단박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둠에 대해 자꾸 물었다. 나도 이모처럼 이해하고 싶었으니까. 끈기 있게 대답을 해주던 이모는 결국 화를 냈고 나는 울었다. 울면서도 모르는 게 죄냐고 물었다. 이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이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대들었다.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그건 영영 모르는 게 되잖아!
이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

죽으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살아서는 답을 내리지 못한 것들, 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모르겠다. 살아서 몰랐던 건 죽어서도 모른다. 차이가 있다면, 죽은 뒤에는 모른다고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뿐.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두게 된다. 그것 자체로 완성. 하지만 만약 담이 지금 내게 묻는다면, 우리 탓일까? 하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 줄 거다. 그래서 담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괴로워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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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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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어요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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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날 향해 손을 흔든다.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코디에게 배신당한 이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멋진 남자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이루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 우리는 평생 서로를 하나로 묶어줄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둘 다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적어도 나는 그럴 작정이다.
가끔 이선이 못 미더울 때가 있다. 남들이 우리 집 정원을 둘러볼 때마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동안은 정말 노이로제에 걸린 것처럼 굴었다. 혹시 누군가가 찾아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면 그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 일어나더라도 나는 상황을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엄마의 말을 항상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으니까.
두 사람이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사람이 죽어서 사라지는 것뿐이다.

네버 라이

프리다 맥파든 지음
밝은세상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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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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