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저자의 분석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자기 말이 진리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서라도 진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주는 데 반해,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기 말이 진리든 거짓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 한마디로 진리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과 유사하게, ✔️진리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이 아니라 개소리가 된다.
더욱이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편리하다. 거짓 말을 지어내는 데는 생각보다 엄격한 지적 엄 밀성과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무엇이 진리인 줄 모르는 자는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며, 완 벽하게 꾸며내지 못한 거짓말은 금세 들통나기 때문이다. 반면 개소리는 그 말의 뜻에서부터
'엉터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굳이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다. 단지 약간 의 뻔뻔함만 있으면 된다.
또한 거짓말은 거짓임이 들통나면 커다란 비 난이 쏟아지지만, 개소리에 대해서는 그저 어깨 만 으쓱하고 지나칠 뿐이다. 거짓말이 실패하면 수치스럽지만, 개소리는 실패하더라도 관용된 다. 개소리에 대해서 정색하고 달려들면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역공을 받는다.
사람들은 개소리가 실패의 책임에서 상대적으 로 자유롭다는 점을 깨닫고는 개소리의 무책임 을 누리기 위해 말에서 진리치를 희석한다. 개 소리로 돌파할 수 있는 곳에서는 굳이 거짓말 을 할 필요가 없다.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필로소픽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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