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편혜영 작가의 『어른의 미래』를 읽는 동안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도 없었지만.
일상이 이렇게 얇은 것이었나 싶었다. 한 번의 전화, 한 사람의 방문, 냉장고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가 딛고 서 있던 바닥에 금을 낸다. 피 한 방울, 비명 한 번 없이도 무너지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 소설집은 보여주었다.
편혜영 작가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짧고 단단한 말들이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감. 침묵 속에서 들리는 소리들처럼, 말하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더 크게 울렸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소설들이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어릴 적 꿈꾸던 미래는 이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불안하고, 불안정하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건 바로 그런 세계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차가웠던 공기가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완전한 구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삶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온기를 건네기도 한다는 것. 그 작은 온기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책을 덮고 나서 한참 가만히 있었다. 내 일상도 언제든 그렇게 금이 갈 수 있을까. 아니, 이미 금이 가 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편혜영 작가가 포착해낸 건 결국 우리 삶의 연약함이었다. 그 연약함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마도 그저 견디는 것.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작은 선물들을 놓치지 않는 것.
2
시온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
AaBbCc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2주 전
시온
@eonzzi 감사합니다 :)
1주 전
시온
@cos205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5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