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인간이었을까?"
"기억을 잃지 않은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해."
나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린을 바라본다.
"다시 말해서 다들 과거를 돌아보며 생각하는 거지. 만약에 다른 집에서 태어났다면, 만약에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같은 생각들. 하지만 생각해 본들 하는 수 없어. 우린 단 하나의 과거밖에 택할 수 없었고, 단 하나의 현재만을 살아갈 수가 있어. 지금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오직 현재만이 존재할 뿐."
"어째서 나만 나무라는 거지? 갓난아기인 채로 변하지 않는 인간이 있어? 게다가 원래 난 이런 인간이었을지도 몰라. 어쨌든 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그런 건 몰라. 당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몰라.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생각하다가 사람은 평생을 끝마쳐. 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달리 과거가 있어."
"그런 건 없는 편이 더 행복한 걸. 과거 따윈 돌이켜보지 않는 게 좋은데도 돌이켜보곤 해. 미래 따윈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도 두려워해. 지금 당신이라면 이 의미를 알기 시작했을거야."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황금가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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