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은 엘리 위젤이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남긴, 기억과 인간성의 한계에 대한 증언이다.
이 책은 사건의 기록이기도 하면서, 심정과 정신력의 기록이다.
위젤은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에서 본 인간의 얼굴을 담담히 적는다.
그는 울지 않는다. 대신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날 밤, 인간의 신앙이 죽었다”는 그의 문장은, 단지 종교의 상실이 아니라 존엄과 의미의 붕괴를 말한다.
읽는 동안 숨이 막혔다.
감정의 폭발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그가 끝내 목격자로 남겠다고 결심한 태도였다.
고통을 증언한다는 건 고통을 다시 살아내는 일이기에, 그 선택은 신념이 아니라 사명처럼 느껴졌다.
『Night』은 과거의 기록이지만, 읽는 이는 지금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악의 구조는 시대를 넘어 반복되고,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일어난다는 사실이 책의 바닥에 깔려 있다.
조용한 문장들 사이에서 결국 한 문장이 남는다.
“나는 잊지 않겠다.”
그 말은 다짐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무거운 의무처럼 울린다.
Night
엘리 비젤 지음
FarrarStrausGiroux 펴냄
읽었어요
0
『When Breath Becomes Air』은 의사이자 환자였던 폴 칼라니티가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기록이다.
그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날것의 고통과 성찰이 조용히 흐른다.
폴은 신경외과 의사로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았지만, 폐암 진단을 받은 순간 그는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에서 ‘맞이하는 사람’이 된다.
그의 시선은 의학적 관찰에서 철학적 사유로 옮겨간다.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곧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변한다.
책을 읽는 내내 문장들이 단단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두려움을 직시하며 그 안에서도 존엄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의사로서의 이성과,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감정이 교차하는 그 균형이 깊게 남는다.
마지막 장에서 아내 루시가 남편의 죽음을 기록하는 대목은 담담하지만 깊게 파인다.
삶은 완결되지 않은 채로도 의미가 있고, 끝이 있어도 여전히 계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폴의 문장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살아 있음의 밀도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이 책은 거창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다만, 언젠가 누구에게나 닥칠 침묵 앞에서 —
그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있음을 끝까지 체험한 사람의 기록으로 남는다.
When Breath Becomes Air
폴 칼라니티 지음
Random House Publishing Group 펴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