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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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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김지현(아밀) (지은이) 지음
비채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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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이들의 불운을 열거해야만 자신의 행운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 친구들은 나름대로의 삶을 찾았고, 펜션을 운영하거나 9급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저보다는 휠씬 안정적 일겁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갈채를 받으며 무대에서 퇴장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저는 그중 하나가 아니었을 뿐이라는 현실입니다. 철저한 배경으로서만 존재하다가 소실점 너머로 사라진 다른 수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요.




오래된 단도라든지 수도원의 필사본이라든지 그시대에밖에 볼 수 없었던 중세의 물건 같 은걸 하나 지니고 있을 걸 그랬나. 그래봤자 어떤 고고학자의 유물을 훔쳤다는 오해나 사겠지. 지금 상용하지 않는 먼 옛날의 언어는 혀뿌리에서 녹아 잊힌 지 오래다. 그러나 자기가 지금 여기 존재한 다는 것에 어떤 논거가 붙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 어느 저울로도 달아볼 수 없는 무한한 공허와 고독을, 무슨 수로 증명한다는 것인가?




"사라질 거니까, 닳아 없어지고 죽어가는 것을 아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 돼."




그것은 기억하기로 그들이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지은 구두였을 것이며, 안은 숙명이나 법칙과 무관하고 부나 명예나 아름다움에의 탐닉이 아닌, 다만 누군가의 미소와 누군가의 평화를 위해 구두를 지은 것이 그들의 시작이었음을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의 켜가 쌓이고 가난한 구두장이 부부의 작업대에 매일 밤 한 컬레 두 켤레 네 컬레의 구두를 올려놓으며 여덟 컬레에 이른 어느 날 새벽, 부부가 준비한 답례품을 입고 신은뒤 사람의 몸을 갖게 되고 나서도 그들은 최초의 구두를 오랫동안 떠올리곤 했다. 그들이 이 같은 불완전한 몸, 신이 배열하고 조율한 자연의 순 리에 어긋나는 육신을 입게 된 것이 오랜 노동 끝의 선물인지 저주인지, 이 몸의 의미가 어디있는 지는 알 수없으나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최초의 마음을 윗지 않는다면.

바늘과 가죽의 시

구병모 (지은이) 지음
현대문학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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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가죽의 시

구병모 (지은이) 지음
현대문학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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