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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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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는 다들 어디로 가 버렸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물학적인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죽은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이 세계와 다른 어딘가로 가 버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들이 이곳에 돌아와 준다면 얼마나 마음이 포근해질까. 유령이라도 좋으니 이 식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준다면.
이뤄질 리가 없는 바람이 처량한 정적을 잠시나마 달래 줬지만, 그 바람은 이내 통한의 감정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건강했을적에 어째서 그 고마움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언젠가 영원한 이별이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어째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까. 자신만을 남기고 모두가 떠나 버린, 견디기 힘든 이 현실 역시 가족을 소홀히 여긴 업보인 것 같았다.

"1년 내내 특종을 잡아내느냐 빼앗기느냐 소동을 벌이다 보니 그림을 그릴 여유 따윈 없었지."
"사회부 기자는 새해 첫날에만 쉰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입니까?"
"응. 그조차 못 쉬는 해도 있었지."
요시무라가 동정하며 신음을 흘렸다.
"취직하고 30년이 흐르고 보니 화가가 아니라 기사쟁이로서 인생을 다 보냈더라."
마쓰다는 오로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만 소모해 왔던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봤다.
"인생은 좀 더 재밌을 줄 알았어."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황금가지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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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만 원으로 8억 만드는 배당머신

평온 외 1명 지음
이나우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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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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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seomoon

"만약에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인간이었을까?"
"기억을 잃지 않은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해."
나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린을 바라본다.
"다시 말해서 다들 과거를 돌아보며 생각하는 거지. 만약에 다른 집에서 태어났다면, 만약에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같은 생각들. 하지만 생각해 본들 하는 수 없어. 우린 단 하나의 과거밖에 택할 수 없었고, 단 하나의 현재만을 살아갈 수가 있어. 지금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오직 현재만이 존재할 뿐."

"어째서 나만 나무라는 거지? 갓난아기인 채로 변하지 않는 인간이 있어? 게다가 원래 난 이런 인간이었을지도 몰라. 어쨌든 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그런 건 몰라. 당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몰라.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생각하다가 사람은 평생을 끝마쳐. 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달리 과거가 있어."
"그런 건 없는 편이 더 행복한 걸. 과거 따윈 돌이켜보지 않는 게 좋은데도 돌이켜보곤 해. 미래 따윈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도 두려워해. 지금 당신이라면 이 의미를 알기 시작했을거야."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황금가지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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