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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아웃 보이

정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늘...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강제로 와 있는 기분이야. 세상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같은, 유령처럼. 거기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p.71)

이 책에는 얼굴이 흐릿한 포커스아웃 보이 정진과
세상과 싱크가 맞지 않는 싱크아웃 걸 유리가 등장한다.
그 둘이 나를 알아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어땠을까?
책을 읽다 보면 불행인 경우도, 다행인 경우도 있지만
나는 그냥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특히 유리를 도우려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진이가 유리에게 했던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해보려고 해.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 못난 나와도 잘 지내보려고 해. 부끄럽다고 회피하고 도망치지 않을 거야'
이 문장을 보고는 다행이다...진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진이에게 따뜻한 아빠와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꼭 훌륭한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너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고, 그러니까 우선은 너 자신하고 잘 지내도록 노력해보라고'
이런 말을 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진이가 덜 외롭고 덜 상처받지 않고
자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안심이 됐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복잡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산다는 건 조금 더 큰 이상을 향해 나아가야하고,
불편한 감정들은 얼른 떨쳐내며 사는 것이라고 배워왔지만,
무엇보다 매순간 나 자신과 잘 지내고 내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것도
괜찮은 삶이라는 것을 다시 마음에 담고 살아야겠다.

청소년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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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한 조각을 이렇게 이야기로 넓게 펼쳐낼 수도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의 기계음이 파도 소리로,
북경반점, 리스본 호프, 삿포로 라멘, 바릴로체 카페의
간판을 보며 마치 그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걷기로,
가계부에 쓰여진 글로 누군가와 연결되는 위안으로.

타인의 삶을 굳이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요즘인데
누군가와의 연결이 이런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런 생각은 잠시 멈춰야할지도 모르겠다.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조해진 지음
다산책방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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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위하는 이 삶 속에서, 이렇게 정신을 상실한 시대속에서, 이런 건축물과 사업과 정치와 이런 인간들 속에서 신의 자취를 발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 세상의 목적에 공감할 수 없고, 이 세상의 어떠한 기쁨도 나와는 상관없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내가 한 마리 황야의 이리, 한 초라한 은둔자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p.44)

이 책은 주인공 하리 할러가 자신을 황야의 이리라고 부르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뇌하는 이야기인데
인간 대 짐승의 이분법이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자아가 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삶이라는 게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면의 세계, 집요한 자아성찰을 잘 표현하는 건
헤르만 헤세가 최고 아닐까 싶다.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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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풍경은 이런게 아니었을 것이다.
치이는 직장생활, 삶의 난데없는 기습, 매사 행복할 수 없는 일상..
우리가 바라는 어른의 미래는 이런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불에 데본 사람만이 불을 아는 것처럼
어른의 삶이라는 건 여전히 불안하고 서툰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책을 읽고, 어른의 삶이 다 이룬, 완성된 모습이 아니란 걸 안다면
우리의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덜 버거울까?

어른의 미래

편혜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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