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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

구라치 준 지음
블루홀식스(블루홀6) 펴냄

읽었어요
제목부터 강렬한 『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는 구라치 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본격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네 편의 단편은 모두 ‘이상한 시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좀비에게 물린 시체, 죽은 자가 산 자를 죽인 듯한 밀실 사건, 여성의 팔이 붙은 남성 시체 등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그 비상식을 정교한 논리로 해명하며 ’시체가 왜 그런 상태가 되었는가?‘를 추리의 핵심으로 만든다.

단편들은 각각 다른 세계관을 가지지만, ‘시체의 상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바뀐다는 공통의 논리를 지닌다.
좀비 떼가 등장하는 〈본격 오브 더 리빙 데드〉, 세 명의 범인 후보가 자신이 사람을 죽였는지 상담하는 〈당황한 세 명의 범인 후보〉, 40년 전 밀실 동반 자살 사건을 추적하는 〈그것을 동반 자살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그리고 여성의 팔이 붙은 남성 시체가 등장하는 표제작 〈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까지 각각의 트릭이 독립적이면서도 마지막에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 작품 전체의 구조적 묘미가 폭발한다.

시체를 중심에 두었음에도 작품은 전혀 음산하지 않다. 구라치 준 특유의 경쾌한 문체와 위트 덕분에, 공포 대신 기묘한 유머가 흐른다. 그는 시체를 공포의 상징이 아닌 논리의 도구로 삼으며, 엽기와 유머가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다. 긴장과 웃음이 번갈아 터지는 리듬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그의 트릭은 황당하지만 놀랍도록 납득된다. “시체를 이렇게까지 활용할 수 있다니!”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논리의 힘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 — 그것이 바로 구라치 준식 미스터리다.

이 책은 단순히 괴이한 시체를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불가능한 상황을 논리로 성립시키는 지적 쾌감의 결정체다.
“다음엔 어떤 시체가 나올까?”라는 호기심이 끝까지 이어지고, 마지막엔 모든 조각이 맞물려 완벽한 퍼즐로 완성된다.
기묘하지만 지적이고, 가볍지만 치밀한 상반된 매력이 완벽히 공존하는 작품이었다.

“시체조차 논리의 일부로 만드는, 유머러스하고 치밀한 본격 미스터리의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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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지음
북오션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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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프랑스가 나치에 점령되자, 서로 너무나 다른 성격과 삶을 가진 두 자매 비안느와 이사벨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다.

언니 비안느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어머니였지만, 남편이 전쟁터로 떠나면서 가족을 지켜야 하는 책임과 두려움 속에 놓이게 된다. 전쟁의 압박 아래 그녀는 점점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선택을 하게 되며, 생존과 보호를 위해 용기의 새로운 모습을 찾는다.

반면 동생 이사벨은 반항적이고 열정적인 성향을 지닌 젊은 여성으로, 전쟁에 순응하기보다 직접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자유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며, 전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해 나간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데도 숨도 못 쉬고 읽었다.
출근 때문에 이틀에 나눠 읽었지만, 주말에 읽었다면 한 번에
다 읽을 만큼 몰입감이 최고였다.

울어서 눈이 부을 정도로 감정의 여파도 컸다.
전쟁을 겪어 보진 못했지만, 이 책은 전쟁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공포와 상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말하는 용기가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총을 들고 싸우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남겨진 자리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것도 용기임을 깨달았다.

전쟁이라는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도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사실이었다.

비안느와 이사벨의 길은 달랐지만, 그들의 행동에는 모두 사랑이 있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머무르는 용기와, 자유를 위해 나아가는 용기, 이 두 가지 모두가 평범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든다.

🎬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책에서 느꼈던 감정과 울림이 스크린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된다. 빨리 보고싶다!

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알파미디어 펴냄

읽었어요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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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신게임 - 마야 유타카
📖줄거리
작은 마을에서 고양이들이 연달아 죽는 사건이 벌어지고, 초등학생인 요시오는 친구들과 함께 범인을 찾기 위해 모인다. 호기심과 정의감으로 시작된 이 추리는 전학생 스즈키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는 자신을 신이라고 말하며, 마치 당연하다는 듯 범인의 이름을 지목한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끝내 설명하지 않는다.

✔️이 설정만 보면 흥미로울 것 같았지만, 읽는 내내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극적인 요소도 많지 않아 성인이 읽기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고, 주인공들이 초등학생이라는 설정 역시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내가 너무 고자극에 익숙해져 있어서 일수도… 미스터리 장르에서 기대하는 긴박감이나 반전의 쾌감도 제한적으로 다가왔고, 그로 인해 이야기의 밀도가 다소 약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근데 난 왜 재밌지? 너무 잘 읽혔음!!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아쉬웠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게임》은 분명 문제작으로 불릴 만한 개성과 문제의식을 지닌 작품이다. 전통적인 미스터리처럼 단서와 추리를 따라가는 재미보다는, ‘정답이 이미 주어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의 실험성은 분명하게 빛난다.

미스터리 장르의 틀을 흔드는 시도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 가치는 있는 책이다.

너무 순한맛 미스터리! 그리고… 마지막 반전🤫👍🏻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chae_seongmo) 서평단 자격으로 내친구의서재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신게임 #마야유타카 #내친구의서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 #일본소설 #장르소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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