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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줌파 라히리 지음
마음산책 펴냄

줌파 라히리의 문장을 지난 몇 년간은 그렇게까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와다 요코 또는 여타의 여러 외국어를 넘나드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비로소 <저지대>를 만난 덕에 완전히 달리 생각하게 됐다. 라히리가 아마도 마지막으로 영어로 쓴 이 작품을, 이 유장한 대하소설(혹은 등장인물 수만큼 쓰인 연작소설)의 모든 세부를 온전히 다 기억할 재간은 없지만 "읽은 책의 어떤 구절은 시각적으로 떠오른다. 책의 어느 부분인지, 페이지의 어디에 위치했는지 눈앞에 떠오른다. 집으로 돌아갈 때 어깨를 아프게 파고들던 토트백의 끈을 기억한다." (439쪽) 결코 다 흘러갈 수 없이 내내 토양처럼 그 역사가 머금은 수분처럼 속에 자리했을 이 이야기가 생생하게 인상적인 건 작가가 '빚어낸' 인물(Figure)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직접 곁에서 들은 것처럼 살아 있는 사람들 때문일 텐데 이 뛰어난 스토리-텔러의 (아마도 이탈리어로 쓰였을) 작품이 언젠가 또 나온다면 그때는 분명 더 반가운 마음으로 망설임 없이 집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주로 밖에서 많이 읽었고 독서의 경험도 과정도 밑줄도 모두 오래 몸에 남을 듯하다. 라히리의 책 제목을 빌어 말하자면 어떤 책은 언제나 나보다 아득히 크게 느껴지는데 바로 이런 소설이 그렇다.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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