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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지음
숲 펴냄

1. 로마 시기에 쓰인 ‘로마’ 신화지만 그리스 신화로 부르고픈
- 그리스식 명칭에 익숙해 있던 신들을 로마식 이름으로 접해 이들을 대조하는 재미가 있다.

-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로마식 명명을 자꾸만 그리스 신들의 이름으로 기억해 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어렸을 적 페이지가 닳도록 읽었던 홍은형 화백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잔상이 강해서일까.

- 홍은영 화백을 얘기하니 반드시 그녀의 손에서 마무리되었어야 하는 걸작 시리즈가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이뤄질 수 없게 된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모 출판사를 원망하게 한다. 그 출판사가 업보를 제대로 치렀지만.

2. 책 속 수많은 변신
-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 반신, 인간들의 수많은 변신이 집대성된 신화라고 말하고 싶다.

-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책에는 250여 개의 변신이 등장했는데, 용케 그걸 다 계산한 인간의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3. 이제는 신들이 싫다.
- 어렸을 때는 신들의 인간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칭송했다. 하지만 때를 탄 성년이 돼서 다시 읽으니 신들의 행위가 너무 잔혹해 보이고 진저리가 나는 것일까. 이번만큼은 내가 쌓은 때가 부끄럽지 않다.

- 특히 제우스의 멈출 줄 모르는 바람기와, 남편은 내버려두고 다른 이들에게만 벌을 내리는 유노(헤라)의 편협한 잔혹함이 가장 역겹다.

4. 짤막하지만 찝찝한 로마 역사서로서

- 14 ~ 15권은 서양사의 유명인사들이 등장함으로써 책에 로마 역사서로서 성격을 부여한다. 13권까지의 등장인물들은 그들을 보고 ‘아니 왜 당신들이 여기에?’라 갸우뚱할지도.

- 특히 15권에서 수학자로서 인상이 강한 피타고라스가 생명 윤리를 강조하고 자연 현상을 찬미하는 모습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과연 그가 정말 그리 말했는지 검증하고 싶다.

- 책의 피날레에선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등 로마 황제들의 행적이 나타난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야겠지만 아우구스투스 찬양으로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건 저자의 억지 같다.

-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가 이 책이 신의 위대함에 버금간다는 일컫는 저자의 자화자찬인 게 속된 말로 ‘짜친다’해야 하나. 그 때문에 그간 참아왔던 책 속 등장인물들에 대한 뒤죽박죽 한 명명 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 그럼에도 난잡함 속에 이야기의 흐름만큼은 놓치지 않게 해주는 내용적 구성은 격하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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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이 아담에게 하나님이 어떻게 천지창조를 했고 어떻게 악마를 물리쳤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다 수포가 된 것이 허무함을 준다.

- 성경에서 나오는 하나님의 천지창조와 아담과 하와가 살던 에덴동산의 모습을 원저보다 더 세밀하게 묘사한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독자들이 성경에 더 몰입하고 흥미를 느끼는 데 이바지했을 것이다.

- 사탄은 인간을 어떻게든 깎아내릴 것을 다짐하면서도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인간의 유약한 면과 비슷해 보인다.

-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것을 알게 된 아담이 결국 자신도 파멸을 선택하며 죄를 나눠 받는 것은 그의 로맨티시스트 적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금기를 어긴 죄로 그들의 사랑에 금이 가긴 하지만.

- 사탄이 목적을 달성하고 그의 자식인 ‘죄’와 ‘죽음’과 만나 성과를 자축하는 모습에서 가족애가 느껴져 신기함을 자아낸다.

- 11, 12장은 천사장 미가엘이 아담에게 구약과 신약의 장대한 일화를 수백 마디의 말로 꽉꽉 담아 말하며 아담 부부의 원죄가 어떤 스노우볼을 일으켰는지를 일깨워주는 이야기. 이는 저자의 창작이 가미된 부분으로 보인다.

- 11~12장에서 꾸역꾸역 성경을 요약해 아담에게 주입하는 모습은 천사장의 속사포 랩으로도 느껴진다.

- 책의 마지막 장에서 책의 주제를 매우 함축적으로 묘사한 대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강렬히 건넨다.

- 책의 메시지들은 찬란하지만, 저자의 처지는 그와 완전히 반대였던 것은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신체는 걸어 다니는 종합 병동이고, 정치적으론 몰락했으며, 가족에게도 버림받았기 때문이다.

- 특히 책의 주요 메시지에 ‘신성한 가족애’가 있었는데, 정작 저자 존 밀턴은 자녀들(그의 세 딸)에게 철저한 무시를 당했다는 점이 비극적이다.

실낙원

존 밀턴 지음
문학동네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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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역사와 설화를 성경 이야기에 곁들이는 점이 흥미롭다. 대체로 기독교를 치켜세우는 데 이용당하긴 하지만

- 성경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던 천상과 지옥 간의 전쟁과 사탄과 휘하 군대들의 성격과 심리를 보여주는 점은 이 책이 주는 특별함이다.

- 천상과 지옥의 끝없는 대결은 게임 디아블로 세계관이 떠오르게 하기도.

- 책의 주요 인물로 ‘하나님의 아들’이 나오는데, 그는 사실상 예수라 봐도 무방하다. 하나님의 아들이 지옥과의 전쟁에서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예수가 전쟁의 지휘관이라 상상하니니, 스스로가 엉뚱하게 느껴진다.

- 124p에서 깨알같이 가톨릭의 사면권을 디스하는 건, 역시 저자의 청교도다운 면을 드러낸다.

실낙원 1

존 밀턴 지음
문학동네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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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단편 감상

「리지아」 : 등장인물의 죽은 아내에 대한 으스스하지만, 세밀한 묘사에서 저자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엿보인다.

「어셔가의 몰락」 : 단편 속 시들은 저자의 시인으로서 필력도 뛰어남을 보여준다.

「윌리엄 윌슨」 : 단순 도플갱어인 줄 알았던 또 다른 윌리엄 윌슨이 자기의 선한 면모였다는 반전은 큰 울림을 준다. <지킬 앤 하이드> 작품 류의 선조라고 할까.

「타원형 초상화」 :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의 광기에 가까운 열정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의 영혼이 그림 속에 들어가며 숨을 거두게 되는 이야기. 한국 공포 만화 시리즈 「무서운 게 딱 좋아」 가 생각나는 이야기.

「구덩이와 추」 : 인간이 타인을 괴롭히는데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죽음으로 인해 공포가 사람의 인식을 얼마나 왜곡시킬 수 있는지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 다행히 외세의 침략 덕에 주인공이 갇혀있던 감옥이 부서지며 그는 목숨을 구하게 된다. 외국의 침략이 독자와 주인공에게 안도감을 준다.

「도둑맞은 편지」 : 추리소설 장르로서 출판사가 묶어낸 단편집의 다른 작품들과 성격이 이질적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저자의 추리 소설가로서 면모를 드러내는 의의가 있다.

「배반의 심장」, 「검은 고양이」, 「깡충 개구리, 혹은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 : 착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초현실적이며 괴기한 일화들을 덧붙이며 뼛속 깊이 느끼게 하는 작품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민음사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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