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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지음
도서출판 숲 펴냄

ㅡ 책을 읽으며 비극은 서사시의 재해석이란 의견에 공감하게 되었다.

ㅡ 서사시보다 텍스트 분량은 적지만 명료하고 생생한 묘사가 책의 장면을 상상하는 데 쉽게 해준다.

ㅡ 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소개되는 고대 비극의 구성요소는 유사한 면모를 통해 그것이 현대 연극과 원류임을 보여준다.

ㅡ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작품들에서 각각 오이디푸스와 크레온이 보이는 고집과 성급함은 가정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지혜와 그를 덮는 오만함은 일가의 DNA였던 것일까.

ㅡ 다른 작품의 인물들이고 만난 적이 없던 안티고네와 엘렉트라 역시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그들은 주위의 만류와 회유에도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 옳다 믿으며 절대코 꺾이지 않는다 전자는 하데스의 곁으로 갔지만, 후자는 살아남아 형제와 감동의 재회를 한다는 크나큰. 차이가 있지만

ㅡ 한편, 소포클레스 비극이 문학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은 반대할 수 없다. 하지만 책 안에 스며든 시대의 가치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ㅡ 신이 정한 운명에 인간은 복종해야 하고, 부모는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며, 자식은 부모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족쇄와도 같은 가치관.

ㅡ 현대에도 이런 가치관을 지닌 자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무조건적인 순응과 자식을 물질화하는 것에는 몸서리가 쳐진다.

ㅡ 시대상이 강하게 드러나는 문학을 읽는 데서 나오는 단점이랄까. 소양과 지적 쾌감을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인데, 이런 가치관에 무조건 공감해 담아두는 것은 외려 독자를 망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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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O님의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게시물 이미지
파리스의 불륜이 이 얼마나 많은 생을 괴롭히고 앗아갔는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지음
도서출판 숲 펴냄

읽고있어요
2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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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마 시기에 쓰인 ‘로마’ 신화지만 그리스 신화로 부르고픈
- 그리스식 명칭에 익숙해 있던 신들을 로마식 이름으로 접해 이들을 대조하는 재미가 있다.

-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로마식 명명을 자꾸만 그리스 신들의 이름으로 기억해 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어렸을 적 페이지가 닳도록 읽었던 홍은형 화백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잔상이 강해서일까.

- 홍은영 화백을 얘기하니 반드시 그녀의 손에서 마무리되었어야 하는 걸작 시리즈가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이뤄질 수 없게 된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모 출판사를 원망하게 한다. 그 출판사가 업보를 제대로 치렀지만.

2. 책 속 수많은 변신
-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 반신, 인간들의 수많은 변신이 집대성된 신화라고 말하고 싶다.

-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책에는 250여 개의 변신이 등장했는데, 용케 그걸 다 계산한 인간의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3. 이제는 신들이 싫다.
- 어렸을 때는 신들의 인간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칭송했다. 하지만 때를 탄 성년이 돼서 다시 읽으니 신들의 행위가 너무 잔혹해 보이고 진저리가 나는 것일까. 이번만큼은 내가 쌓은 때가 부끄럽지 않다.

- 특히 제우스의 멈출 줄 모르는 바람기와, 남편은 내버려두고 다른 이들에게만 벌을 내리는 유노(헤라)의 편협한 잔혹함이 가장 역겹다.

4. 짤막하지만 찝찝한 로마 역사서로서

- 14 ~ 15권은 서양사의 유명인사들이 등장함으로써 책에 로마 역사서로서 성격을 부여한다. 13권까지의 등장인물들은 그들을 보고 ‘아니 왜 당신들이 여기에?’라 갸우뚱할지도.

- 특히 15권에서 수학자로서 인상이 강한 피타고라스가 생명 윤리를 강조하고 자연 현상을 찬미하는 모습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과연 그가 정말 그리 말했는지 검증하고 싶다.

- 책의 피날레에선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등 로마 황제들의 행적이 나타난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야겠지만 아우구스투스 찬양으로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건 저자의 억지 같다.

-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가 이 책이 신의 위대함에 버금간다는 일컫는 저자의 자화자찬인 게 속된 말로 ‘짜친다’해야 하나. 그 때문에 그간 참아왔던 책 속 등장인물들에 대한 뒤죽박죽 한 명명 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 그럼에도 난잡함 속에 이야기의 흐름만큼은 놓치지 않게 해주는 내용적 구성은 격하할 수 없지만.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지음
숲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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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O님의 실낙원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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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이 아담에게 하나님이 어떻게 천지창조를 했고 어떻게 악마를 물리쳤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다 수포가 된 것이 허무함을 준다.

- 성경에서 나오는 하나님의 천지창조와 아담과 하와가 살던 에덴동산의 모습을 원저보다 더 세밀하게 묘사한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독자들이 성경에 더 몰입하고 흥미를 느끼는 데 이바지했을 것이다.

- 사탄은 인간을 어떻게든 깎아내릴 것을 다짐하면서도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인간의 유약한 면과 비슷해 보인다.

-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것을 알게 된 아담이 결국 자신도 파멸을 선택하며 죄를 나눠 받는 것은 그의 로맨티시스트 적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금기를 어긴 죄로 그들의 사랑에 금이 가긴 하지만.

- 사탄이 목적을 달성하고 그의 자식인 ‘죄’와 ‘죽음’과 만나 성과를 자축하는 모습에서 가족애가 느껴져 신기함을 자아낸다.

- 11, 12장은 천사장 미가엘이 아담에게 구약과 신약의 장대한 일화를 수백 마디의 말로 꽉꽉 담아 말하며 아담 부부의 원죄가 어떤 스노우볼을 일으켰는지를 일깨워주는 이야기. 이는 저자의 창작이 가미된 부분으로 보인다.

- 11~12장에서 꾸역꾸역 성경을 요약해 아담에게 주입하는 모습은 천사장의 속사포 랩으로도 느껴진다.

- 책의 마지막 장에서 책의 주제를 매우 함축적으로 묘사한 대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강렬히 건넨다.

- 책의 메시지들은 찬란하지만, 저자의 처지는 그와 완전히 반대였던 것은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신체는 걸어 다니는 종합 병동이고, 정치적으론 몰락했으며, 가족에게도 버림받았기 때문이다.

- 특히 책의 주요 메시지에 ‘신성한 가족애’가 있었는데, 정작 저자 존 밀턴은 자녀들(그의 세 딸)에게 철저한 무시를 당했다는 점이 비극적이다.

실낙원

존 밀턴 지음
문학동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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