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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표지 이미지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페이지2(page2) 펴냄

완벽하게 서 있는 것만이 강함이라고 믿어온 시간이 있었다.
흠이 나면 안 되고, 감정이 새어 나오면 안 되고, 무엇보다 ‘약해 보이면 안 된다’는 마음이 오랫동안 나를 지탱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신념이 아주 조용히 흔들렸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는 니체의 말과 사상을 현대적 언어로 다시 엮은 편집본이다.
니체의 원전처럼 날카로운 철학적 문장 대신, 일상 속에서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고, 더 개인적인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책은 ‘틈’을 약점으로 보지 않는다.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숨겨왔던 균열, 버티는 과정에서 생겨난 상처들, 마음 어딘가에 굳은살처럼 자리한 감정들.
그 모든 틈이 새로운 빛이 들어오는 자리라고 말한다.
이 문장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삶에서 마주한 흔들림은 실패가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고,
부서진 마음을 감추기보다 들여다보는 순간부터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한다.
니체의 ‘극복’이라는 사상을 이렇게 조용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문장은 흔치 않다.

책을 덮고 나니, 내 삶의 금이 어디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동안 애써 붙잡고 있던 것들, 설명하지 못해 혼자 삼켜버린 마음들,
조용히 흘러간 상처들이 하나둘 생각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틈들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그 틈 덕분에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 틈을 통해 언젠가 빛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빛은 흠 없는 표면으로는 스며들지 않는다.
삶의 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그 단순한 진리를 작고 단단하게 전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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