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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긴 해도, 뇌와 의식에 관해 새롭고 참신한 관점을 선사해준 고마운 책이다.
저자는 “의식을 온도처럼 숫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책 첫머리에 제시한다.
다소 엉뚱한 질문같지만, 놀라운 사실은 실제 의식 측정기가 개발되어 의식을 잃은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의식 측정기가 100% 완벽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더 정확하고 엄밀한 의식 측정을 위해 의식 발현의 토대인 정보성과 통합성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이 꽤 어려웠지만,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
먼저 정보는 한 공간에 갇혀 있을 때보다 넓게 퍼져 있을 때 훨씬 더 크다.
예를 들어, 종이컵에 들어있는 물 보다 강물이나 바닷물이 담고 있는 정보량이 훨씬 크다.
그러나 정보량이 크고 널리 퍼져 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통합성의 측면에서 보면 강물이나 바닷물보다 종이컵에 들어 있는 물이 더 통합적이라 할 수 있다.
비유가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여하튼 나는 넓게 퍼져 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을 통합성의 정도로 이해했다 .
저자는 정보성과 통합성이 만나는 중간 어디 쯤에서 우리의 의식이 발현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이지 참신하면서도 그럴듯 한 추측이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각과 뇌의 관계를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에 빗대 설명하는 지점이다.
먼 옛날 우리 인류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보이니까….
지금은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알지만 보이는 현상은 동일하다.
이처럼 뇌가 사물을 지각하는 것도 이와 같을 수 있다.
즉, 우리가 사물을 지각할 때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그대로 받아 표현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토대로 뇌가 예측 시뮬레이션을 돌려 사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는 정보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실체를 구성하는 형태인 반면, 후자는 뇌에서 구성한 사물이 밖으로 나가 표현되는 방식이다.
원리가 정 반대임에도 우리가 지각한 사물은 그대로다.
마치 태양이 움직이듯 보이는 것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나 주위가 조용한데 잡음이 들리는 환청 같은 사례는 우리 뇌가 예측에 실패해 생기는 현상들의 좋은 본보기다.
저자는 뇌를 일컬어 잘 제어된 환각기계라고 칭한다.
매우 큰 사고나 마약에 노출되면 뇌의 제어 장치가 고장나 환각에 빠지거나 더 나아가 자아가 분리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아가 대체 뭘까?
생존을 위해 뇌가 만들어 낸 환각일까?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그 미지의 영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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