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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변신 - 191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의 표지 이미지

초판본 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더스토리 펴냄

1. 가족 간의 소외를 이런 표현주의적으로 풀어낸게 진짜 이마 탁. 소설 속에서 그레고리의 심정을 표현하는 구절은 거의 없다. 가족들의 심정을 서술하거나 가족들의 상황만을 보여준다. 유일하게 그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은 사람들이 동생을 무시할 때 느낀 분노가 전부다. 다 읽고나니 그 점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해서 그레고리의 처참한 심경을 느낄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레고리가 서술하는 자신을 목격한 가족들의 눈빛, 문 사이로 볼 수 밖에 없는 가족들의 모습 등등… 그의 심정이 다 표현된다. 애초에 자신을 바퀴벌레 표현한 것 자체가 얼마나 처참한 일인가.

2. 나는 읽는 내내 그레고리가 바퀴벌레로 보이지 않았다. 가족 속에서 정서적 소외를 느끼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는, 실직한, 정신질환이 있는 등등 여러가지 가족이란 커뮤니티에서 소외된 인간들로 보였다.

3. 카프카의 유년시절을 알고 읽으니 마음이 더 아프다. 그는 얼마동안 자기 자신을 바퀴벌레로 여기며 살았을까.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모든 종류의 폭력이 사랑으로 덮힌 세상이 있으면 좋겠다.

4. 소설을 읽는 내내 누군가 그레고리에게 그레고리 맞냐고, 괜찮냐고, 무섭지 않냐고, 아픈 곳은 없냐고 물어봐줬으면 싶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걸 서로 묻는 집단이었으면 그레고리가 바퀴벌레로 변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5. 그럼에도 가족 중 그 누구도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다. 그게 젤 슬프다.

6. 남은 가족 구성원들이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적인 엔딩이 너무 슬펐다. 나는 그게 현실이란 생각이 안든다. 모든게 그레고리 시점으로 서술되던 소설이 그레고리가 죽은 후에도 계속 된다. 그래서 나는 그레고리가 죽은 시점 이후의 서술은 다 그레고리의 상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레고리는 자신이 없으면 남은 가족들이 행복할 거라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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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boy 사언아 지나가다 널 봤는데 레알 신기하다
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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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eio님의 이방인 게시물 이미지
1. 처음부터 끝까지 뫼르소의 독백으로만 진행되는 문체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살인 시퀀스와 엔딩의 독백의 묘사가 정말 또 두세번 읽을 정도로 좋았다.

2. 삶에 무관한(국문에서 이 단어를 이방인이라고 번역했다) 뫼르소의 태도가 죽음을 지향하는 것 처럼 보였고 2부에서 그의 삶이 죽음을 지향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실질적으로 죽음을 향하게 되서야 삶의 유희를 깨닫는 이야기로 보았다. 그래서 무관한 태도의 인간상과 허무주의에 대한 비판과 그런 주인공을 벌하는 소설로 읽었는데 이방인에 대한 해석과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소설의 의도는 그와 완전히 반대였고 그 사실이 흥미로웠다.

3. 나는 어쩌면 카뮈와 같은 결말을 추구하는 사람 인 것 같다. 자연과 진실성이라는 결말을 말이디. 그런데 그 결말로 가는 길이 카뮈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진실은 무관한 것과 가깝기보다는 하나하나 사사롭고 무한에 가까운 다양성들을 인식하는 것이 자연과 다양성에 가깝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다 또 다양성을 넓게 또 깊게 인정할 수록 어쩌면 무관함과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참 어렵다.

4. 사실 나는 아직 카뮈가 말하는 허무주의와는 다른… 무관함의 태도가 싸이코패스적으로 다가온다. 아직 그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 개념을 이해하고 싶어 다른 카뮈의 작품과 실존주의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5. 작품에서 묘사하는 재판장면은 연극적인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아 인상깊었다. 그런 연극적인 사회의 체계와 판단에 진절머리가 나다가도 한편으로 동의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내가 그 진절머리 나는 사회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불쾌함과 염세주의적인 마음이 올라온다. 하지만 카뮈는 그 부조리함에 안주하지 말고 그것을 반항과 사랑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한다. 그래서 이방인(부조리)을 읽었으니 다음엔 페스트(반항)을 읽어봐야겠다. (부조리에 관한 에세이,소설,희곡 3부작을 쓰고 반항에 관한 3부작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 3부작을 쓰기 전에 사고사 했다고..)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민음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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