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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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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엄마는 서울에서 사흘 정도 있다가 대전으로 돌아가곤 했다. 엄마가 본가로 가기 전날 밤, 나는 꼭 홍제천으로 달려 나가 한동안 뛰었다. 엄마를 기차 태워 보낸 뒤엔 내가 꼭 회까닥하기에 🌱미리미리 나를 다잡아 놓으려고.

엄마가 가 버리면 나는 꺼이꺼이 울게 되었다. 엄마의 손길을 탄 바람에 약간 낯설어진 자취방에서 혼자 쭈뼛대다가 야동을 틀어 버리기도. 야동에 집중하며 나의 혼을 한쪽에 빼놓는 셈이었다. 🌱엄마가 이 집에 있다면 절대 못 할 행동을 곧장 실행하며 '여긴 내 것!' 공간의 기강을 잡는 것이기도 했다.

엄마가 가고 나면 또 얼마나 울려나, 가늠하며 홍제천을 달렸다. 🌱지난 사흘간 엄마에게 잘못한 일과 잘한 일을 종합해 사칙연산 해 보면 눈물의 양을 대략 계산할 수 있었기에.

'엄마'라는 사람을 향한 책임감과 연민에 스스로 답답할 때도 있었다. 엄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도 생각했지만 내가 달리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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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애인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바짝 다가가 방금 겪은 일을 낱낱이 고했다.

"급체했나 봐. 나 죽을 뻔했어."

🌱마치 급체를 혼내 달라고 고자질하듯. 애인은 어떡하지, 잠시 헤맸고 나는 일단 약을 먹은 뒤 누워 있어 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동정을 사고 싶어져 괜히 엄살 부리며 마른기침을 했다.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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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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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애인은 원래도 말수가 적었기에 뒤늦게 눈치볼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애인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두 눈에 실망이 비칠까, 걱정이 비칠까.
거기 담긴 걸 읽어 내고 내가 어떤 미래를 점치게 될까.
수정 구슬 같은 두 눈을 들여다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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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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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167. 신축 도서관에는 500만 권 이상의 책이 있었지만 정작 나는 입학 이래 책을 읽지 않았다. 더는 책이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참 진지하고 어떤 책은 아름다워서 읽히지 않았다. 🌱책과 내가 서로를 따돌리느라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 날엔 손끝으로 문장을 짚어 가며 읽었다. 꿈틀대는 문장을 지그시 눌러 붙잡듯이. 그렇게 잠시 집중하다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내 삶을 답답해하곤 했다.

꽤 낙천적인 아이

원소윤 지음
민음사 펴냄

읽고있어요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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