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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알마 펴냄

책을 다 읽은 지 벌써 며칠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때의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어두운데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가 내려 더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스토리는 폐허가 되어버린 헝가리의 집단 농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의사, 기술자, 교사, 농부 등 각자 맡은 임무에 충실했던 농장 주민들은 자신들을 이끌어주던 지도자를 잃은 후부터 극단적인 무기력증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리더가 농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주민들은 희망에 부풀어 마을에 하나뿐인 허름한 술집으로 모여든다.

마치 부활한 예수처럼 술집에 모습을 드러낸 지도자는 현란한 말솜씨로 주민들을 향해 마을을 떠나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이미 주체성을 상실한 주민들은 지도자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당장 집으로 달려가 집을 부수고 세간을 챙겨 마을을 떠난다.

사실 집단 농장을 관리하는 당 간부인 지도자는 주민들을 자신의 비밀 정보원으로 활용하려는 속셈이지만, 주민들은 의심조차 하지 못한 채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반전!

저자는 자유를 박탈당한 인간이 어떻게 주체성까지 잃게 되는 지를 집단농장 주민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공산주의 체제를 넌지시 비판하는 것이다.

역시 노벨상 수상 작품은 다르다.

“인간이 자유를 박탈당하면 주체성도 잃게 되는 걸까?”

책을 덮은 후에도 이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 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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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민음사 펴냄

읽고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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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알마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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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어렵긴 해도, 뇌와 의식에 관해 새롭고 참신한 관점을 선사해준 고마운 책이다.

저자는 “의식을 온도처럼 숫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책 첫머리에 제시한다.

다소 엉뚱한 질문같지만, 놀라운 사실은 실제 의식 측정기가 개발되어 의식을 잃은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의식 측정기가 100% 완벽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더 정확하고 엄밀한 의식 측정을 위해 의식 발현의 토대인 정보성과 통합성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이 꽤 어려웠지만,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

먼저 정보는 한 공간에 갇혀 있을 때보다 넓게 퍼져 있을 때 훨씬 더 크다.

예를 들어, 종이컵에 들어있는 물 보다 강물이나 바닷물이 담고 있는 정보량이 훨씬 크다.

그러나 정보량이 크고 널리 퍼져 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통합성의 측면에서 보면 강물이나 바닷물보다 종이컵에 들어 있는 물이 더 통합적이라 할 수 있다.

비유가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여하튼 나는 넓게 퍼져 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을 통합성의 정도로 이해했다 .

저자는 정보성과 통합성이 만나는 중간 어디 쯤에서 우리의 의식이 발현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이지 참신하면서도 그럴듯 한 추측이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각과 뇌의 관계를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에 빗대 설명하는 지점이다.

먼 옛날 우리 인류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보이니까….

지금은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알지만 보이는 현상은 동일하다.

이처럼 뇌가 사물을 지각하는 것도 이와 같을 수 있다.

즉, 우리가 사물을 지각할 때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그대로 받아 표현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토대로 뇌가 예측 시뮬레이션을 돌려 사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는 정보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실체를 구성하는 형태인 반면, 후자는 뇌에서 구성한 사물이 밖으로 나가 표현되는 방식이다.

원리가 정 반대임에도 우리가 지각한 사물은 그대로다.

마치 태양이 움직이듯 보이는 것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나 주위가 조용한데 잡음이 들리는 환청 같은 사례는 우리 뇌가 예측에 실패해 생기는 현상들의 좋은 본보기다.

저자는 뇌를 일컬어 잘 제어된 환각기계라고 칭한다.

매우 큰 사고나 마약에 노출되면 뇌의 제어 장치가 고장나 환각에 빠지거나 더 나아가 자아가 분리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아가 대체 뭘까?

생존을 위해 뇌가 만들어 낸 환각일까?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인류가 그 미지의 영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된다는 것

아닐 세스 지음
흐름출판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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