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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장편소설 의 표지 이미지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지음
민음사 펴냄

죽는 순간 나는 미소에게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사랑을 부탁할 것이다. 내 사랑을 부탁받은 미소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17쪽)

도리가 내게 그것을 주어서 내가 그것을 얼마나 원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황량하게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 끝도 없는 길 위에서, 불행과 절망에 지친 사람들 틈에서 나는 바로 그런 것을 원하고 있었다.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지만 나을 좀 더 나답게 만드는 것. 모두가 한심하다고 혀를 내두르지만 내겐 꼭 필요한 농담과 웃음 같은 것. (42쪽)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55쪽)

중요한 일을 다음으로 미루거나 대충 처리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가족 여행, 가족사진, 생일 파티, 칭찬과 위로, 오늘은 어땠어? 키가 이만큼이나 컸네,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는 것,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것,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잘 자라고 말해주는 것.
정신을 차려 보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도 소용없었다. 아이들이 아니면 개수대의 그릇에게 화를 냈다.(89쪽)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홀해지지 않을 수 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유심히 보고 듣고 아낄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소중한 사람을 미뤘다. 내일이 있으니까. 다음에 하면 되니까. 기나긴 미래가 있다고 믿었으니까. 이젠 그럴 수 없다.(…)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99쪽)

망하는 게 뭘까.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망했다고 생각함다면 그건 진짜 망한 게 아니야.
진짜 망하는 건 뭐야?
망했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거.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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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J님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게시물 이미지
언젠가 ‘폭력’이라는 말의 외연은 가급적 넓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나는 폭력을 다음과 같이 폭넓게 정의해보려고 했다.

폭력이란? 어떤 사람/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모든 태도.

더 섬세해질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기를 택하는 순간, 타인에 대한 잠재적/현실적 폭력이 시작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94쪽, <폭력에 대한 감수성>

폭력을 정의한 말들 중 가장 맘에 든다. 감수성, 예민함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읽고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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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J님의 기나긴 하루 게시물 이미지

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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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J님의 시선으로부터, 게시물 이미지
나는 평생 공격성이 있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공격성이 발현되든 말든 살밑에 있는 것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기분좋게 취했던 이가 돌변하기 직전의 순간을 알았고, 발을 밟힌 이가 미처 내뱉지 못한 욕설을 들었고, 겸손을 가장한 복수심을 감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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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문학동네 펴냄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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