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감정을 총 망라한 종합 예술서라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이 작품엔 첫 눈에 반한 사랑, 첫사랑, 짝사랑, 자녀를 향한 사랑, 육체적 사랑, 정신적 사랑 등 자세히 뜯어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는 온갖 사랑이 총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의 일부분이며 그것은 관계와 상황, 분위기 또는 개인차에 따라 상이한 높낮이와 강도, 농도를 갖는다.
톨스토이는 레빈과 키티, 안나와 브론스키라는 두 쌍의 연인, 그리고 그들과 관계맺고 있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각의 사랑에 대한 은밀한 차이를 펼쳐낸다.
사건은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다 걸린 안나의 오빠 스티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티바는 분노한 아내 돌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동생 안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페테르부르크에 살던 안나는 오빠를 돕기위해 기꺼이 모스크바로 향한다.
이와 동시에 모스크바 역에 도착한 스티브의 친구 브론스키는 안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안나는 이미 결혼한 신분이었다.
열 여덟 이른 나이에 결혼한 안나에겐 20세 연상의 남편과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사랑에 눈 먼 브론스키는 그러한 안나의 처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다닌다.
한편 스티바의 또다른 친구 레빈은 스티바의 아내 돌리의 친 동생이자, 최근들어 브론스키와 달달한 로맨스에 빠져 있는 키티를 오래전부터 짝사랑해 왔다.
그는 스티바의 조언을 받고 용기내어 키티에게 청혼하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만다.
그러나 키티가 레빈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브론스키와 레빈 사이에서 갈피를 정하지 못 한 당시의 상황 때문이었다.
크게 실망한 레빈은 시골로 떠나고, 안나에게 반한 브론스키에게 외면당한 키티 또한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실의에 빠진다.
그러는 사이 안나와 브론스키의 금지된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안나의 남편 카레닌은 수치와 모욕, 배신과 분노로 고통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론스키와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갖게 된 안나는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난다.
그러나 그녀에겐 집에 남겨놓은 또 다른 사랑이 있었는데, 하나뿐인 아들 세료자가 바로 그 사랑이었다.
안나는 죽을 때까지 아들을 못 잊어 괴로워한다.
바야흐로 그녀에게 남은 사람은 오직 브론스키 뿐이었으며, 오직 그의 사랑만이 삶을 이끌어 줄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브론스키를 향한 안나의 집착과 히스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브론스키 또한 그러한 안나의 태도로 인해 서서히 지쳐간다.
숨 쉴 구멍이 필요한 브론스키와 맹목적인 사랑만을 요구하는 안나.
둘 사이에 균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사이, 레빈은 키티에게 다시 청혼하여 오랜 짝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키티와 레빈은 시골로 내려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는 끝을 향해 치닫는다.
안나의 뇌리엔 브론스키에 대한 의심이 똬리를 틀기 시작하고, 그녀는 더욱 더 브론스키를 못 살게 군다.
끝없이 피어오르는 망상과 집착, 괴로움과 고통의 나날 속에 그녀가 찾은 것은 영원한 안식이었다.
사랑하는 연인 브론스키와 사랑하는 아들 세료자.
성질이 다르고 모순적인 두 사랑은 결코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다.
나는 브론스키와 세료재를 동시에 사랑하는 안나의 이중적인 면을 보며, 그녀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안엔 브론스키를 사랑하는 안나와 아들 세료자를 사랑하는 안나가 마치 샴쌍둥이처럼 각각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그녀를 비난하고 싶진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나처럼 다중인격과 중첩된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 가족을 대할 때의 나와 친구를 대할 대할 때의 나는 전혀 다른 인격적 특성을 갖는다.
마치 사랑이 한 마디로 정의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것처럼, 우리 인간도 광활한 인격의 스펙트럼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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