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유현준의 세계건축대모험』1권과 2권, 이집트와 프랑스편을 업데이트 한 후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로부터 막대한 관심을 받았더랬다. 일단 엄마들도 관심이 많은 도시와 건축물을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이야기로 만들어낸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는 놀라움이었을 듯. 나 역시 유명한 건축 스토리텔러의 이야기를 아이의 책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자체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졌었다. 또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화와 동화 형식을 빌러 들려주니 더욱 재미있고, 다채로운 지식을 얻을 수있던 것도 사실이었고. 그런 세계건축대모험 3권은 무려! 이탈리아라니!!
『유현준의 세계건축대모험 3 – 이탈리아: 콜로세움의 마지막 승부』는 고대 로마,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역시 아이의 모습으로 변한 유현준 교수가 "랜드마블"에 참여하여 고양이단들과 세계랜드마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아이들의 관심을 모은다. 이번에는 로마의 상징인 이탈리아의 코롤세움을 배경우로 아치 구조나 화산재 콘트리트 등 로마 건축 기술의 비밀을 탐구한다. 이번 『유현준의 세계건축대모험 3 – 이탈리아: 콜로세움의 마지막 승부』편이 더욱 좋았건 까닭은 역사와 과학, 문화와 예술이 진짜 고루 잘 버무려진 종합 사고력 비빔밥 같았달까. 건축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이나 수학, 에술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시각적인 자극으로 시작된 건축에서 문화와 예술, 삶까지를 바라보게 하는 넓은 시야를 틔어주는 기분이 들어 무척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건축이라는 주제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지만, 익숙한 보드게임의 형식에서 친밀감을 주는 덕분에 『유현준의 세계건축대모험 3 – 이탈리아: 콜로세움의 마지막 승부』을 통해 아이들은 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확대해나갈 수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이번 책을 읽으며, 콜로세움이 작은 지구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여럿이 함께 만들고, 싸우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느껴진다는 아이의 설명에 깊은 공감과, 아이들만 가질 수 있는 시각에, 내가 배움을 얻기도 했던 것 같다.
아이는 『유현준의 세계건축대모험 3 – 이탈리아: 콜로세움의 마지막 승부』를 읽은 후 종이컵 등으로 아치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길을 지나다니며 아치모양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진짜 좋은 책은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참여하게 하는 책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고. (부디 어른의 시각으로 아이들에게 책 고를 권리까지 빼앗지 말자!)
어느새 끝나가는 봄방학.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으로 『유현준의 세계건축대모험 3 – 이탈리아: 콜로세움의 마지막 승부』를 추천해본다.
유현준의 세계 건축 대모험 3 이탈리아
강지혜 (글), 불곰 (그림), 유현준 (기획) 지음
아울북 펴냄
1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월든』과 꽤 긴 시간 사투를 벌여왔다. 사투라고 하면 이상하겠지만, 아무튼 나에게 있어 『월든』은 유달리 읽히지 않고, 그러면서도 유달리 포기가 되지 않아 계속 되찾게 되는 책이다. 그 시작은 2017년이었고, 2019년에도 한번, 2022년에 또 다시 읽었다. (시도까지 합치면 2023년, 2024년도 포함할 수 있다.) 때로는 이해 못하는 게 너무 분해서(?) 도전했고, 때로는 좋아하는 작가들이 소로를 너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또 도전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또 『월든』을 읽었다.
솔직히, 『월든』을 두번 째 완독했을 때에도 여전히 문장의 길이나 호흡 등에 지침을 느꼈더랬다. 그런데 세번 째 완독 (바로 지금)을 하면서는 이 느림조차 소로의 의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 사실 책을 읽는 속도마저 삶의 태도가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항상 많은 책을 갈망하고, 더 많이 읽고 싶어하는 나의 조바심에 내가 소로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독서는 단순히 힘든 과정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성급하게 살아왔는지를 드러내는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클로츠 출판사에서 출간한 『월든』으로 다시 소로를 만나며, 고독의 가치를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나이를 먹으며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를 느껴가곤 하는데, 이번 『월든』 을 통해 나의 고독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야 문득, 소로가 말하는 고독이 결핍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더 깊이 아는 충만이 아닌가 생각했다.
또 과거에 『월든』을 읽으며 한참이나 머물렀던 소리의 의미를 곱씹어보았다. 과거의 나는 "소리들"을 두고, 글씨만 읽고 소리를 듣지 못한 나를 많이 생각해보게 했었는데, 이번에 『월든』을 읽는데 그때의 감상 위로 나의 소리, 내 주변의 소리, 가족의 소리, 내가 살아온 시간들의 소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끊임없는 연결과 소비를 요구하지만, 오히려 소로의 말처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용기"야말로 불필요한 소리들을 들어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소로가 만들어내는 자발적인 불편함이 어떤 집중을 가져오는지를 느끼며, 나도 더욱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소로가 말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귀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 우리는 그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소로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하는 돈보다 귀한 시간, 자연 속에서 끝없이 성찰하라 말하는 그의 메시지, 한 발 거리두고 조금 더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그의 시각적 거리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느끼며 이것이 『월든』의 매력임을 조금 느낀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나는 『월든』을 다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하고 무겁게만 느꼈던 첫번째 독서, 여전히 나는 알지 못했다는 결핍을 주는 두번째 독서를 지나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조차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번 독서를 경험하며, 오히려 나는 이로인해 또 『월든』을 찾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의 정석도 아닌 『월든』을 왜 이렇게 앞장만 읽다 지쳤던가. 욕심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오히려 삶의 어러 계절, 조금씩 느끼고 만나야 하는 책은 아니었나 싶다. 『월든』을 그저 "자연 속에서 느끼는 단순한 삶"이라 느꼈던 어린 나에게, 그때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깨닫기엔 너무 어렸던 것 뿐이라고 토닥여주고 싶다.
혹시 나처럼, 여전히 『월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온 사람이 있다면 조바심을 내지 말아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분명 힘들긴 했으나 『월든』을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질문과 만나곤 했으니까. 이번에도 "나는 정말 나에게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준 『월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또 한번 새 계절을 맞을 나의 곁에도 『월든』이 꼭 필요한 질문을 던져주기를.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은이), 이도현 (옮긴이) 지음
클로츠 펴냄
1
누군가의 속상함에 대해 반드시 똑같이 속상해하지 않라도 괜찮다. 대신 그 감정을 존중하고, 내 관점에서 그 상황을 함께 바라보며 현실적인 조언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성숙항 방식의 공감이 될 수 있다. (p.206)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을 받아들고 표지의 적힌 문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이랑 살면 행복해요?”. 오, 물론. 나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아이를 낳은 것이라고 말할 만큼 아이가 주는 행복을 오롯이 느낀 사람이긴 하지만 “육아”가 날마다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아이를 낳고 횟수로 10년. 나는 딱 1년(아이 낳은 무렵+초등학교에 갈 무렵)을 제외하고는 직장생활을 했다. 친정 부모님들이 무척 헌신적으로 도와주셨으나, 남몰래 울었던 날들도 많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은 더욱 실질적인 문장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사는 것에 치여, 지금이 행복한지 잊고 사는 분들이, 또 아이를 두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부모님들이 이 책을 한번쯤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은 아이를 양육하며 만날 수 있는 크고 작은 경험들, 여러 질문들을 엮은 책이다. 육아서라기엔 정답을 짚지 않았고, 육아서가 아니라기엔 그럼에도 배우는 육아팁이 너무 많다. 그래서 구태어 이 책을 구분 짓지 않기로 했다.
사실 수많은 부모들이 양육의 불안과 막막함을 가진다. 참 웃기게도 그 순간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엄마같다. 나 역시 그렇게 나를 갉아먹곤 했는데,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을 읽으면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구나, 보편적인 경험이구나 하는 데서 오는 묘한 위로를 느꼈다. 또 내가 좋은 사람으로서 살기 위해 고민하는 것과 좋은 엄마로서 살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다른 선상의 있음이 아님을 깨달으며, 그래도 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
육아서라기엔 정답을 짚지 않았다고 표현한 까닭은, 이 책은 “이렇게 키우세요”보다는 “그래, 자 이제 어떻게 생각해?”를 이끈 질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종종 “이게 정답. 응, 내 말이 다 맞아”하는 육아서들을 읽으며 오히려 고구마를 먹은 듯 마음이 답답해지거나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른 방향의 진행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고민하게 되고, 내 생각을 찾아보는 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이 책에는 묘한 위로가 숨어있었다. 마치 친구들끼리 남편 욕을 하고 속이 풀어지듯 일상적 고민과, 오히려 가까운 이들에게 속시원히 터놓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차분히 풀어냄으로써 혼자 고민하던 문제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해결하는 방향을 얻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이 영역은 단순히 육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화가 없는 가정, 아이를 봐주는 부모님에 대한 보상, 아이들의 교육, 아이의 정체성, 성교육, 사교육, 성장중인 아이와 살면서의 다이어트 등 현대의 우리가 가지는 여러 질문이라 무척 도움되는 바가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금방 “현실의 나”를 깨닫게 되지 않고 “나아짐을 고민하는 나”를 만났던 것 같다.
나는 어른이라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엄마라서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으며 오히려 아이와 적정한 거리를, 엄마로 살아가는 내 삶의 중요함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어른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할 때 아이는 다른 삶의 가능성, 다시 일어날 힘을 배운다”는 자가의 말을 자주 곱씹으며, 주체적인 아이로, 또 주체적인 엄마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
부너미 지음
어떤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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