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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습관의 힘 (하루 5분 나를 성장시키는)의 표지 이미지

메모 습관의 힘

신정철 지음
토네이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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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취미를 즐기면서 사느냐고 놀라워했다. 내가 늘 재미있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나 스스로도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루할 틈 없이 보내는 하루하루가 계속될수록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낯선 감정이 느껴졌다. 그것은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었다. 주말 동안 밖에서 신나게 보내고 들어와 방에 혼자 있다보면 왠지 모르게 공허하고 불안했다. 처음에는 왜 그런 기분에 젖어드는지 이유를 몰랐다. 집에 있을 때는 그런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러던 어느 날 드럼연주가 남궁연 씨의 강연 영상을 보았다. 그 강연에서 남궁연 씨는 느낌표만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콘서트장에서 가수의 노래에 감탄하고, 영화 속 배우의 연기에 감탄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요리에 감탄하는 삶. 그때 나는 깨달았다. 다른 사람이 만든 창작물을 소비하면서 감탄만 하고 있는 삶에 나는 지치고 있었다는 걸... 내 삶 속에 정작 내가 만든 것은 없었기에 그렇게 공허하고 불안했던 것이다.
신영복 교수는 《담론》(돌베게)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정체성이 소비가 아니라 생산을 통해 형성된다고 말한다. 느낌표만 있는 삶은 공허하다. 비록 감탄하는 그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내 삶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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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철, 메모 습관의 힘 p.70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추천!
2017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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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가 정말 '딱 한 잔만' 하려 한 술자리는 3차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새벽 세 시가 넘었을 즈음 테이블에 남은 건 이수와 동오뿐이었다. 두 사람은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다. 이수는 동오가 최근 커피숍을 냈다 망한 걸 알고 있었다. 직접 연락하지 않아도 그런 소문은 귀에 잘 들어왔다. 이수는 자신의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이수도 그런 식의 관심을 비친 적이 있었다.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 적당한 탄식을 섞어 안타까움을 표한 적이 있었다. 그 새끼 공부 잘했는데. 그러니까 걔가 그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어. 인생 길게 봐야 하나봐. 누구는 벌써 부장 달았던데. 걔가 잘 풀릴 줄 아무도 몰랐잖아. 동일한 출발선을 돌아본 뒤 교훈을 찾고 줄거리를 복기할 입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어색한 침묵이 돌면 금방 다른 화제를 찾아내겠지. 어쩌면 친구들도 타인의 삶에 심드렁해진 지 오래인데 이수 혼자 그렇게 추측하는지 몰랐다.
­
-2017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p.95), 김애란 <건너편> 중에서

체스의 모든 것

권여선 외 7명 지음
현대문학 펴냄

읽었어요
2017년 3월 23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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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밀님의 그림과 그림자 게시물 이미지
순진한 열망의 정원
앙리 루소, 「꿈」,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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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못 그렸다.”
앙리 루소(1844~1910)의 그림 앞에서 이런 감상이 든다고 해도 잘못은 아니다. 마흔까지 말단 세관원으로 살다가 독학으로 붓을 잡은 루소는 ‘서툰’ 그림을 그렸다. 해부학과 투시법은 엉망이고, 오직 눈에 보이는 풍경과 모델, 자료 사진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놓겠다는 열의만 두드러졌다. 머리부터 그린 다음 몸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완성했던 인물 초상화가 특히 어색했는데, 분개한 모델 겸 의뢰인이 그의 그림을 사격 연습용 과녁으로 쓰다 버린 일마저 있었다.
본인에게 인상적인 부분을 집요하게 묘사하고 적당한 생략을 모르는 습성, 인물부터 나무 이파리까지 순진하게 똑바로 화가를 응시하는 고지식한 포즈 등 루소 그림의 몇몇 속성은 어린이들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은 ‘보는 법’은 그의 그림에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원시적 힘과 광채를 부여했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모더니스트 화가들이 구하던 바였다. 짐작건대 동세대 아티스트들은 악보를 읽지 못해도 노래하는 새를 보는 심정으로 루소를 바라보았으리라. 전통을 부러 파괴했다기보다, 전통을 아예 인식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이 이상한 화가는 결과적으로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에 영감을 선사하게 된다.
궁핍한 가정환경 탓에 일찍이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는 억울함을 품고 살았던 루소는 아카데미 화가들의 사실적인 묘사력을 몹시 동경했다(줄자로 모델을 재서 비율을 계산하고 물감을 피부에 대보고 색을 정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러나 세상이 ‘소박파’라는 브랜드를 붙여주고 명망 있는 화가들이 “당신의 투박함을 소중히 간직하라”고 조언하자, 루소는 자신의 천진하고 순박한 페르소나를 예술적 인정을 위해 순순히 받아들이고 이용했다. 뭐니 뭐니 해도 그는 손아귀에 들어온 모든 것을 이용해 남은 시간이 다하기 전에 자신의 예술과 삶의 의미를 증명해야 했던 가난하고 나이 든 화가였던 것이다.
우리는 한 인간의 장점이 그를 망치고 결핍이 그를 구원하는 예를 많이 알고 있다. 만년의 정글 연작은 루소에게 마침내, 고대했던 명성을 안겨주었다. 평생 프랑스를 떠날 기회도, 금전적 여유도 없었던 루소는 파리 식물원과 박물관, 박람회에서 스케치한 동식물과 책과 잡지의 삽화에 기대 정글 풍경을 그려나갔다. 세련된 원근 투시법 대신 수십 가지 명도와 채도의 녹색을 쌓아올려 마치 부조와 같은 공간감을 자아냈다.

실제 열대 식생과 어긋나는 루소의 밀림 풍경화는 화가가 꿈꾸는 동물과 식물을 하나씩 집어넣고 심어서 가꾼, 환상의 정원이다. 기술적 역량의 한계를 일축하고 가진 모든 파편을 그러모아 무엇인가 표현하려는 자의 긴급함, 아는 것들을 조합해 미지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자의 순진한 열망이 그 정원을 교교히 밝힌다. 루소의 마지막 작품 「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망을 이룬 자의 포만감이 서려 있다.

- 김혜리 『그림과 그림자』 p.134

그림과 그림자

김혜리 지음
앨리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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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17년 1월 13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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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qixb4w1kghu5

  • 해밀님의 지혜로운 생활 게시물 이미지
그럼에도 잘 쉬는 것

평일이라고 해서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열중하거나
다른 거창한 작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웬만하면 작업을 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때의 구분을 명확히 하려고 한다.
하는 것 없다고 평일 늦은 밤이나 주말까지 붙들고 있으면
하는 것도 없는데 피곤함만 더해질 뿐이라는 걸
몇 번의 계절을 지나며 깨달았다.
지치지 않고 오래 걸어가기 위해서는
때 되면 길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쉬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던 걸
말끔히 비워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 얼마나 많이 걸었든, 한 발짝밖에 나아가지 못했든
무언가를 생각하느라 제자리에 있었든 간에
마음을 쓴 게 맞다면 쉬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
- 오지혜, 지혜로운 생활 p.219

지혜로운 생활

오지혜 지음
사물을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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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할 때 추천!
2017년 1월 8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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