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에 녹두전이 닿았다. 따뜻하고 고소한 냄새에 심장이 떨려왔다. 그리고 나는 하루하루가 허기졌던 여덟 살임을 기억해 냈다. 마음이 절대로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발버둥을 쳤지만, 나의 입은 노릇노릇하게 익은 녹두전의 온기에 길들여진 것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 침샘 가득 서글픔, 그리움, 안도감, 행복감이 뒤섞여 녹두전은 입안에서 뭉개지고 으스러졌다. 목구멍으로 천천히 넘어가는 녹두전 탓이었을까, 나는 집을 떠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던 울음을 크게 터트리고 말았다.
"무, 무슨 일이냐?"
비명 같은 내 울음소리에 놀란 할아버지가 부엌으로 뛰어 들어왔다. 내 볼은 잔뜩 넣은 녹두전으로 빵빵했다. 입가에는 침이 줄줄 흘렀다. 꼴이 말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엄마가 나를 품에 안았다.
"괜찮을 거야. 자, 그만 울고 식탁에 앉아서 천천히 먹자. 녹두전이야. 동빈이가 자주 열도 나고 밥도 잘 안 먹는다고 해서, 엄마가 우리 아들 만나면 제일 먼저 해 주고 싶었던 음식이야. 어때, 맛있지?"
녹두전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단지 따뜻한 음식이 입에 들어오는 순간, 내가 아주 많은 것을 잃고 지냈다는 서러움이 밀려들었다. 엄마는 내가 밤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미열에 시달리는 것도, 식욕이 없어서 밥도 먹는 둥 마는 둥이라는 것도, 그래서 또래 여덟 살짜리들과 달리 뛰놀기 보다는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다. 언제나 내 곁에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더 이상 음식을 먹고도 토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엄마가 구운 녹두전은 최고였다. 짧게 깎은 손톱의 단정해 보이는 손으로 녹두전을 내 입에 맞게 잘라 주었다. 나는 기름이 잔뜩 묻은 입술을 꾹 다물고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아니 이 지구상의 모든 음식이 사라질 때까지 엄마가 해 준 고소한 녹두전을 잊지못할 게 틀림없었다.
102-103쪽
이송현 작가는 문체와 구성이
위저드 베이커리 구명보 작가의 정교함, 유려함
완득이 김려령 작가의 유쾌함, 힘찬 느낌
을 절묘하게 섞은 것 같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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