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철학적인 제목이다. 딱 보아도 골치가 아플 것 같아 책을 들추기가 겁이 났다. 가뜩이나 고전을 기반으로 쓴 책이라 더더욱 읽기 싫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기우였다. 저자는 어려운 것을 쉽고도 깊게 풀어내는데 능했다. 이런 작가 능력 덕분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단순히 죄와 벌의 내용 해석에 그친 것이 아니다. 가련한 인물들의 내 외면을 세심하게 다루어 인간다움에 대해 탐구한다. 주인공 로쟈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갈등을 통해 인격과 인권에 대해 말한다.
인격에는 귀천이 없다. 누구나 특별하고 귀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서열화하고 차별적으로 대한다. 타인을 밀치고 짓밟아 군림하려 한다. 사람을 향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굴욕감을 준다. 결국, 인격은 훼손되고 세상은 더 험악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이기가 아닌 주체적인 생각으로 타인의 처지를 깊이 헤아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동정과 베풂이 아닌 고통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의 뒷부분, 저자는 "산다는 건 회계장부를 만드는 일과 다르다.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일도 아니다. 수량을 세어 점수를 매기고 도표로 실적을 헤아리는 게 인생이 아니다. 산다는 건 한 점의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고, 노래를 부르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도스토옙스키도 계산적 태도를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로 보았다. 계산하는 태도를 버려야 감동하고 감탄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