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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민음사 펴냄

드디어 다 읽었다. 한 달에 꼬박 걸려서 완독했다. 빼곡한 569페이지의 심리치료 기행. 최근 나는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 아침 출근길에도, 근무 중에도, 퇴근길에도, 잠들기 전까지 계속 세계 일주와 관련된 블로그 포스팅, 유튜브 영상, 외신기사 등을 찾아본다. 이 정확한 목표의 불씨는 남자친구였지만, 그 불씨가 날라오기 전 내 마음에 미리 발려있던 기름은 영화 비포시리즈, 그리고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였다.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i로 시작하는 세 국가에서 몇 달씩 거주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작가의 기행록. 한국인 독자인 나로서는 미국인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게 일한다는 말은 좀 우습긴 했지만, 팍팍한 도시 생활과 망가진 결혼생활에서 정신적으로 바닥까지 치게 된 책 속 화자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보지 못한 사실적이고 마음 아픈 표현들 투성이었다. 솔직히 작가의 말이 전부 공감되고 전부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까지 정신적으로 불안한 경험이 없어서일까?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정신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구나. 이상과 현실의 불균형이 이렇게나 무서운 현상을 불러일으키는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점점 책과 함께 시간이 흐르며 나까지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인도나 발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 없는데, 아- 미친 듯이 가보고 싶어졌다. 나도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매력적인 언어를 배우며 그곳의 음식을 즐기고, 이국적인 공간에서 마음을 비운 후, 여유와 인정이 넘치는 곳에서 맘껏 사랑하고 싶다.

“명상하기 위해서는 미소만 지으면 돼. 얼굴에 미소, 마음에도 미소. 그러면 좋은 에너지가 와서 나쁜 에너지를 깨끗이 씻어 낼거야. 심지어 간도 미소를 지어야해. 서두르지 말고, 너무 열심히 하지도 마. 너무 진지하면 병에 걸려. 미소를 지으면 좋은 에너지를 불러올 수 있어.”
2018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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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을 읽으면 신비로운 감정에 휘말린다. 어딘가엔 있을 법한, 주변에 있을 법한, 혹은 나일 수도 있을 법한 한 사람의 마음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데비 챙, 숲의 끝, 저녁 산책, 호시절이 특히나 좋았다. 의도치 않은 오해, 사랑과 우정의 그 비슷하고도 애매한 감정, 자연스러움 속 의문을 품게 만드는 불편함 등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다.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지은이), 김세희 (그림) 지음
마음산책 펴냄

2022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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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파란 백합꽃 그림에 이끌렸다. 매일 한 권씩 공개한 시리즈물이라 짧게 짧게 27권까지나 있다고 하니, 가볍게 하루에 한두 권씩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렇게 네 시간 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고 심지어 우느라 막힌 코훌쩍이는 소리에 아기가 깨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로맨스인 줄 알았다. 인터넷 로맨스 소설인 줄로만 알았다. 이미 처음부터 상당히 재밌었고, 5권쯤 읽어갈 땐 너무 로맨틱 자극적이라 이 소설에 심취해 읽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읽는 내내 제목이 신경 쓰였다. It Ends With Us의 Us는 화자 릴리와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아무래도 아틀라스일까? 이 사랑 이야기의 끝은 누구와 함께하는 걸로 끝날까? 그런데 왜 한국어 제목은 ‘우리가 끝이야’일까? 우리가? 우리로? 한 권 한 권 넘어갈 때마다 궁금했는데, 26권 마지막이나 되어서야 알았다. 로맨스의 끝을 뜻하는 게 아니었구나.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상대방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몰랐다. 나도 주인공 릴리처럼, 피해자들이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줄 몰라서 안 떠나는 거라고 생각해왔나보다. 그런데 이 책이 나를 완전히 납득시켰다. 폭력가정에서 자란 릴리가 또 자신의 가정 속에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나는 이 소설이 끝나기 직전까지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27권 중 26권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주인공이 딸에게 하는 말 ‘이 가정폭력의 대물림은 우리에서 끝내는 거야’에서 나온 It Ends With Us라는 걸 알았다.



제법이다. 나도 라일에게 꿈뻑 속아 넘어갔다. 아버지 장례식날 속이 답답해 올라간 고층 건물 옥상이라는 인소에나 나올법한 첫 만남, 갑자기 뚝딱 일을 그만두고 가게를 열었더니 대뜸 성격 좋고 예쁘고 착한 밀리어네어가 심심해서 일하겠다고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남주의 여동생이고, 남주는 큰 병원 의사에, 진지한 만남 싫어파인데 여주를 만나고서 사랑을 알게 되고, 어쩌다 여주에게 해를 가하지만 알고 보니 또 엄청난 일을 겪어서 트라우마로 인해 발현되는 행동이었다니 나 같아도 두 번 세 번 용서하게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무엇도 약자 폭행에 있어 이유가 되어줄 순 없다. 라일이 아무리 화나도 마동석 앞에서 퓨즈가 나가진 않을 것 아닌가? 감히 릴리를 힘으로 밀치고 이마를 꼬매야 할 만큼 세게 박치기를 하다니 빌어먹을 자식.



작가는 본인이 자라온 가정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와서 이야기를 적었다고 한다. 자신의 어머니처럼 가정폭력을 당해온 피해자들을 위한 글을 적고 싶었다고. 다른 건 몰라도 피해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확실히 되었다.



찾아보니 올해 곧 아틀라스를 중점으로 한 소설 It Starts With Us도 곧 출간된다고 한다. 이건 확실히 로맨스 소설이겠다고 생각하는 건 또 나의 착각이려나. 아틀라스 너무 완벽한 캐릭터라 세상 제일로 오글거릴 것 같지만 한번 읽어보고 싶다. 이왕이면 원서로.





“이 세상에 나쁜 사람 같은 건 없어요. 우리 모두 가끔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에요.”



“그냥 헤엄치는 거야. 그냥 계속 헤엄쳐, 계속, 계속.”



나는 딸의 이마에 입 맞추고 약속했다. “여기에서 멈춰야 해. 나랑 네가 끝내는 거야. 우리가 끝내야 해.” - <우리가 끝이야> 중에서

It Ends with Us

콜린 후버 (지은이) 지음
Thorndike Press Large Print 펴냄

👍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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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가 9년만에 내는 장편소설이 풀린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기대했다. 공개되는 날 바로 읽고 싶어서 읽던 책을 서둘러 후다닥 읽어버렸을 정도. 일부러 책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찾아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첫 장을 읽고나서도 이게 어떤 내용으로 흘러가게 될지 짐작도 못 했다.

얼마전 읽었던 김동식의 ‘아웃팅’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대신 훨씬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이고 잔잔하고 길게 풀어진 느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인간을 잡아먹고, 인간이 사라지자 끝내 인공지능도 사라지게 되는 내용이다.

나는 sci-fi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를 떠올렸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영화가 바로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아일랜드’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 바깥 세상이 오염되어 환상의 섬으로 가기 전의 격리시설에 발탁되어 온 선택된 사람들이라 믿고 지냈지만 알고보니 복제인간을 보관하는 시설이었다는 것. 이곳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간다는 건, 복제인간의 주인이 장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래서인지 소설 ‘작별인사’ 속 선이가 스칼렛요한슨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평양 스칼렛 요한슨.

스토리 전개보다는 이 책에 몇 번이고 언급되는 오즈의 마법사와 빨간머리 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신선하지 않은 내용에 신선한 결말이어서일까, 흥미롭게 읽었다. 신기할 정도로 혼자 잘 놀아준 아기를 앞에 두고 읽어서 더 재밌었을수도.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작별인사

김영하 (지은이) 지음
복복서가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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