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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운명을 같이 했던 너)의 표지 이미지

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황금부엉이 펴냄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복받쳐 오르는 느낌이었다.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감정의 여운과 잔상들이 먹먹하게 남아 있었다. 내가 찰리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책을 읽기 전처럼 단호하게 빨간 약을 집어 삼킬 수 있을까?

엄청난 지능과 함께 무한한 사고의 확장을 느끼게 되면서 마치 금방이라도 진리에 가닿을 것만 같은 상태. 책을 읽기 전엔 언제나 찰나라 할지라도 그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렵다. 그 대가로 무엇을 잃게될지 모르는 무지에서 벗어낫기 때문이다. 지능은 낮지만 행복하고 가슴이 따뜻했던 찰리였다. 하지만 수술을 통해 지능이 높아지고 지식을 습득하며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분노와 의심이었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너무나 과분한 지능을 지니고 사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현 사회에 증오와 불신이 팽배해있는 것이 아닐까? 손해보지 않으려 아둥바둥하며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초조함 속에 살아가는 것, 그로 인해 개개인 깊숙이 자리한 마음의 병, 온갖 사회의 병폐들이 심각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쌓기 위해 좀 더 무지해져야 한다. 이미 과부하가 걸려버린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느까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작동할 수 있도록.
2018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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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을 좋아하게 된 한 소년이 성숙하고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기마다 겪을 수 밖에 없는 여러 고민과 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앎에 대한 목마름과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 덕분에 그 나름대로의 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는 그러한 과정에서 만나게 된 책을 소개하고 문학을 시작으로 과학, 종교, 철학, 정치 등 어렵고 방대한 분야를 다룬다. 그럼에도 그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과의 대화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세계를 확장해 나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도이다. 나만의 지도를 완성시키기 위한 열한 계단은 무엇일까? 저자는 묻는다.

그저 각자의 계단을 오를 뿐. 그 여행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편안함을 떨쳐내고 불편한 세계를 향해 한 발을 더 내디딜 것인지. 하여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성장하는 사람인가.

열한 계단

채사장 지음
웨일북 펴냄

2018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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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는 순간의 그 먹먹한 감정을 온전히 글로 옮기기엔 나의 표현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책 속의 시간은 우리의 믿음처럼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기억의 순서도, 말하는 화자도 한데 뒤섞여 있다. 처음과 끝은 맞닿아 있으며 결국 모든 것은 경계 안에 자리한 하나의 이야기다. 작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각자가 가진 기억의 무게는 동일할 수 있는지, 각자의 기억이 대립할 때 진실과 거짓을 판명할 수 있는지, 속죄와 구원 혹은 용서는 가능한 것인지.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해 나가다 보면 마침내 궁극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나는, 그리고 당신이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8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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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목양면 교회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한 탐문수사, 즉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형사의 입장이 되어 각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진범을 찾아 나서게 된다. 범인을 찾는 과정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 속 그들의 생생한 말투는 생동감 넘치고 찰지다. 특히 인터뷰의 내용이 자꾸만 산으로 가고, 동네 사람들에 관한 TMI를 전달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찌나 사실적인지. 다들 각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알고 있던 정보들과 경험한 일을 사실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마치 각자가 만지고 느낀 형태대로 코끼리를 설명하는 장님들 같아 웃프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그럼에도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라는 욥기 43장 통해 하나님을 인터뷰이로 등장시킨 작가의 패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나님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며 진솔하다. 모호하고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들을 하며 계속 본인의 말을 들어보라고 하는 장면, 하나님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사람에게 '너도 혹시 누군가의 아버지냐'고 묻는 장면은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특히 앞선 페이지에서 '아버지들은 아이 울음 소리를 못 듣는다'는 이야기가 나왔기에 더욱 날카롭게 웃긴다. 누군가에게는 신성 모독으로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반영된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으므로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다. 되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대판 ‘욥’ 의 모습을 통해 삶과 신, 혹은 종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이기호 지음
현대문학 펴냄

2018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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