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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사이먼 가필드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 펴냄
사진이란 찰나의 순간을 담아낸 것이고 영화는 순간의 영상들을 엮어 만든 것이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시간과 관련된다. 음악은 소리의 높낮이 뿐만아니라 소리 사이의 간격을 이용한 예술이다. 디지털 음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음악을 듣기 위해 사용했던 LP 레코드, 카세트 테잎, CD의 재생시간은 노래 한 곡의 길이와 클래식 한 곡의 연주 시간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또 많은 운동 경기는 시간 단축에 관한 인간들의 노력이다. 그때 사용하는 시계와 스톱워치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우리는 이것을 벽에 걸기도 하고 손목에 차기도 한다. 물론 요즘에는 휴대폰에도 노트북에도 보인다.
그 만큼 시간은 우리 삶 속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우리 할아버지들께서 '다음 장날 순이네 국밥 집에서 만납시다.' 하던 때와는 달라도 한참 달라진 세상이다.
이 정도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요즘은 시간이 사람을 지배하는 듯 하다. 우리는 시간에 맞추어 출근을하고 퇴근도 한다. (사실 퇴근 시간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치있는 무언가로 바꾸기 위해 시간 관리 개념이 도입되고 업무 생산성이 강조된다. 이것이 시간당 임율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꾸만 우울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것들이 그렇게 무미 건조하고 각박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우리네 삶에 관한 것이고 4차원을 넘나들지 못하는 우리가 그려온 궤적이다.
사진과 동영상 속에는 가족들과 뒤뜰에서 뛰노는 강아지가 있고, 자주 듣는 음원 중에는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불렀던 노래도 있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퇴근하시는 아버지의 손에는 잘 튀겨진 치킨이 들려 있다.
우리가 지나오고 지나 갈 궤적에 묻어나는 이야기가 즐겁고 재미진 것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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