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간심리에 대한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오류투성이인 존재인지 나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왠만한 철학서적만큼이나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자부심이라는 감정이 본능이라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연구 사례를 들어 매우 논리 정연하게 나를 설득시켰다.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책을 쓰려면 이 정도 되는 내공이 필요하구나’를 느끼게 한 책.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자부심을 나타내는 표정이나 자세가 어찌나 우리의 본능을 자극하는지, 사전 정보와 배치되는 상황(실력이 형편 없다는 사전 정보 - 자부심을 나타내는 자세)에서도 우리는 상대방의 자부심을 지표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더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좀 펴고 살아야겠다 :^)

정갈하고 부드러운 문장 속에서 이따금씩 야전(野戰)과도 같은 치열함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나의 대학시절'이라고 말씀하셨던 감옥 생활에서의 깨달음이 삶에 녹아 들었기 때문이리라. 시대의 스승이라 칭할 수 있는 분을 너무나 늦게 알아버린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