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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침묵으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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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무의 푸른빛 또한 돌연히 나타난다.
한 나무가 다른 한 나무 곁에 푸른빛으로 서 있는 모습은 그 푸른빛이 침묵하면서 한 나무에게서 다른 한 나무에게로 옮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대화할 때 말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한 사람에게로 전해지듯이. 그렇게 돌연히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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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봄의 사물들은 몹시도 연해서 큰 소리를 내며 시간의 단단한 벽을 부수고 나올 필요가 없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봄의 사물들은 시간의 갈라진 틈으로 스며나와 돌연히 거기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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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눈송이들은 허공에서 서로 만나 그 자체가 이미 침묵 속에서 하얗게 변해버린 땅 위로 함께 떨어진다. 침묵이 침묵을 만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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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간이 완전히 침묵 속에 흡수될 정도로 침묵이 시간 속에서 그렇게 큰 무게를 차지할 때 시간은 정지한다. 그때는 침묵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영원의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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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러나 시간 속에서 침묵을 만나게 되면 정신으로서는 망각하고 용서하기가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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