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할머니는 하루 종일 바빴다. 할머니에게 곧 전족을 시작해야 할 손녀가 있었다. 어제는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은 떡을 만들어 한 접시는 조왕신에게 올려 제사를 지내고 한 접시는 손녀에게 먹였다. 예부터 반죽한 떡은 발뼈를 부드럽게 만들어 진흙을 빚는 것처럼 원하는 발모양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할머니는 천우신조라 할 만한 길이리 대운을 받아 손녀에게 훌륭한 전족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이것은 할머니의 숙원이기도 했다.
세상일은 대부분 이유가 있지만 이유가 없는 일들도 많다. 때로는 이유가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이유가 없다가 생기기도 한다. 이유가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유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지 못해 당황한다. 그러나 이유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또 이유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유가 있든 이유가 없든 이유를 따지도 도리, 사리, 공리, 천리를 따지는 것이 인생이다. 도리가 통하는 세상에서는 도리 없이 살기가 힘들다. 간혹 정해진 도리가 없는 일도 있지만 천리는 변하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