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질 수 있겠지? //하지만 사소한 이야기가 주는 힘을 포로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쓸쓸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이야기라도 주고받기 않으면 삶은 점점 더 쓸쓸해지고 말 거라는 거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보노보노는 아빠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한다. ‘재미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꽤 괜찮은걸.’ // 어느 날 보노보노는 친구가 되고 싶어서 도리도리를 찾아가지만 도리도리는 수줍어하면서 계속 징징거린다. 하지만 보노보노는 당황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화내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가만히 곁에 머문다. 왜냐하면 자기도 그런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실제로 해달은 사람이 접근하면 자신의 조개를 준다고 한다. 그건 ‘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을 줄테니 해치지 말아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 부정적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버릇은 주변 공가를 탁하게 만든다. 그 말을 함으로써 기분이 딱히 개운해지는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은 불쾌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소리 내서 표현하는 건 내 것이 뭔지 알리고 싶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배포도 없고 여유도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구시렁대기다. // 어른들이 하는 대화는 재미없다. 어른들은 ‘무엇이’ ‘왜’ ‘어떻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무엇이’ ‘왜’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하는데. //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김연수<<지지 않는다는 말>>중에서- // 상처를 말하는 사람보다는 말하지 않는 사람이 더 진짜 같다. 상처받았다고 돌려서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그때는 속상했다고, 기분 나빴다고 아이처럼 털어놓는 사람이 더 진짜 같다. 자기의 진심을 포장하고, 상처를 핑계로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안겨주는 마음은 영리하지만 비겁하지 않은가. 상처는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이라 받기만 하거나 주기만 하는 게 아니다. 마음 상하고 나서 “나 상처받았어”라고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사람 역시 상처받을 수 있다. 그래서 관계인거다. 관계는 두 사람이 만드는 건데 왜 상처받았다고 믿는 사람은 늘 한 사람일까. 상처를 주고도 상처받을 수 있다. 상처를 받고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고래 아저씨처럼 상처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처받았다고 적어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특히 소중한 사람들에게만큼은 비겁해지고 싶지 않다. 비겁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 관계는 참 어렵다. 아닌 척 발을 빼고 있다가도 불쑥 마음을 다 쏟아붓고 만다. // 곤란하지 않다면 분명 필요 없는 거야 //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꾸밀 줄 모른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엉엉 운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숲속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속상하다고, 궁금증이 생기면 아무나 붙잡고 질문을 퍼붓는다. 누군가가 귀찮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며 다른 사람을 찾아가고, 누군가가 슬퍼 보이면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슬퍼할 시간을 마련해준다. 자기가 그런 기분이 들 때도 그렇게 한다. 만약 감정을 숨겨야 할 때가 생기면, 실컷 숨기고 나서도 결국은 솔직하다는 방법을 선택한다. 단, 그들의 솔직함에는 무언의 규칙이 있다. 남에게 상처 주지 않을 것. 나에게 죄책감을 갖지 않을 것 #보노보노처럼살다니다행이야 #보노보노가이런만화였다니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놀(다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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