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가 내린다.
지붕 위 작은 빗방울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처마에 그 빗방울이 조금씩 맺힌다.
그들은 높은 처마에 매달려 위태롭다.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흘러내려 다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그들의 발악이 슬프고 안쓰럽다.

나에게 당신도 가랑비처럼 찾아왔다.
조금씩 당신의 좋은 점들이 눈에 보였고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마음속에 사랑이 맺혔다.

그 사랑이 너무 커서 아픔으로 맺혔고,
헤어지지 않으려고 처마 끝에 맺혀 애원했다.
계속 사랑 안에 맺혀 있고 싶었지만 끝내 우리는 떨어졌다.
떨어지지 않으려 어떻게든 애써 보았지만,
결국 그 빗방울은 떨어졌다.

그렇게 당신을 아프게 보냈다.
내 눈물은 그렇게 떨어졌다.
흐르지 않으려 발버둥쳤지만
당신과 나의 사랑은 떨어졌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그렇게 사라졌다.
/사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