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서 제페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댓글 시인이라 불린다
지난 10년간 인터넷 뉴스에 달았던 댓글을 책으로 출간하였다.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제페토 시인의 시 중 하나이며 그의 대표작이다.
이 시를 쓴 기사의 내용은 2010년 한 철강업체에서 29살 청년이 용광로 작업을 하던 중 발을 헛디뎌 추락사하여 시신도 찾아줄 수 없었다는 비극적인 내용이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에 기사 내용만 봐도 마음이 무거웠다.
제페토 시인의 시는 많은 이들을 하나로 뭉칠 힘이 된다. 자극적이고 난잡한 인터넷 세상에서 제페토 시인의 시는 누군가에겐 위안이 되고, 마음이 되었을 거 같다.
🎈'풍선을 위로하는 바늘의 손길처럼,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목수의 마음처럼'
나는 제페토 시인을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로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SNS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인터넷 댓글로 시를 쓴다는 것...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주었을 거 같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서로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하나의 촛불같은 그 시는 주변을 녹여주는 것 같았다. 차가움에 익숙해지고, 사람 냄새를 잃어가는듯 하지만 조그마한 열기는 곧 큰불이 되어 세상을 녹일 수 있는 힘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라가는 땅에 하나의 물방울이 되어준 그 시는 천천히 새싹을 피우지 않을까?
'그 쇳물 쓰지 마라' 시집에서 주는 느낌은 현실은 현실이고 고통스러운 것은 고통스럽다는 것. 제페토 시인이 쓴 시들은 현실을 더욱 부각하여 가슴이 아려오게 만든다. 하지만 제페토 시인은 일상에 녹아있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고통 속에서 희망을 던져준다. 시를 통해 세상을 위로하고, 세상을 비판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뭉치고, 삶을 감싸 안는다. 담담하고 담백한 기사의 내용이 제페토 시인의 시로 각색하니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본 듯이 이입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누군가는 아파하는 세상이 익숙해져서 그냥 짧은 탄식을 뱉고 무뎌질 때 제페토 시인은 그것을 깨주는 것 같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며 위로할 줄 아는 것... 🙏
제페토 시인의 시를 읽어보면 세상엔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읽다 보니 그냥 눈물이 났던 거 같았다. 현실이 참 많이 아프다. 분홍빛 감성을 자극하는 글이야 있지만, 시집 안에는 우울하고 쓰라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비록 아프고 쓸쓸한 댓글이 8할쯤 되지만, 오래지 않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오면 사회면 뉴스를 떠나 조금은 나른하고 사소한 것들에 관하여 쓸 수 있을 게다.'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글의 길이가 길거나 짧아도, 별거 아닌 것 같은 글이라도 누군가에겐 삶의 배움이 되고 전환점이 된다. 또 글을 읽으며 느끼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좋다. 서로가 느낀 걸 공유하다 보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하며 깨우치기도 하고, 배려와 존중을 할 수 있는 마음이 한층 더 쌓인다.
세상을 보는 관점은 모두 다르지만 서로 이야기하고, 강요하지 않으며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되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반달>이라는 시가 기억에 남는다. 반달가슴곰에 대한 시였는데 지금도 생각만 하면 울컥하여 가슴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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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죽음을 알게 된다면?
살다보면 누구든 한 번쯤은 초능력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에 의미없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상상한다. 나도 나를 포함한 지인들의 수명에 대해 알고 싶다고 가벼운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더 의미있는 날들을 보내며 살 거라고 다짐하고 하나의 잡생각으로 보내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원영은 '빽넘버', 사람들의 수명이 보인다.
큰 사고를 겪고난 후, 부모님을 여의고 기적적으로 원영은 살아나지만 그 이후 사람들의 등에 적힌 숫자를 보게 된다. 초록색과 빨간색의 숫자들. 사람들의 수명을 나타낸다.
혼란스러운 원영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생길지 기대가 됐다. 사람의 죽음을 알게된다는 것, 어쩌면 당연하게도 원영은 고통스러워 했다. 남의 죽음을 본다는 것,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괴로움이었을 거 같았다. 선택을 한다면 그만큼 대가를 치루기에....
독특한 소재를 다룬 소설이기에 손이 먼저 갔고 한 번 읽으니 쭉쭉 읽혔다.
긴장되는 부분도 있고 빽넘버라는 주제 자체에 재미보단 빽넘버를 보게 된 원영의 삶을 철학적으로 다룬 거 같다. 개인적으로 빽넘버라는 흥미로운 소재에만 관심을 가지고 봤다면 아쉬울 수 있을 거 같았다. 원영이 사람들의 수명을 보게 되고 나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사건보단 원영의 갈등, 심리 등의 속마음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약간의 허무한 감이라 할 수도 있고 현실적이라 할 수도 있고....
당연히 전반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글을 읽으며 가슴에 와닿았던 문장들도 쏙쏙 있었다. 어찌보면 가볍게 이야기 해볼 수 있는 주제지만 가장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싶다.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는 삶이기에 선뜻 얘기하기 힘든 주제다 (◞‸◟;)
그래도 책을 보니 한 가지 말해주는 것! 삶에 유일한 축복 '무지'
'그날을 알지 못하는 것. 보지 못하는 것. 그리하여 선택할 수 없는 것'
이 말을 통해 원영이를 앞세워 삶의 핵심을 전달한 거 같다. 원영이가 아닌 누구더라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빽넘버' 임선경 작가님의 말이 왠지 모르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은 아무런 징조도 없는 평범한 날이었고 그날을 받아들일 수 없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모르는' 내가 괴로워서 '알고 있는' 원영을 만들었지만 그 아이의 고통은 생각 이상이었다"
위에서 적었던 원영의 말과 함께 볼 수 있다.
'알고 있는' 원영이 바라는 것은 '모르는' 것.
삶과 죽음을 원영이를 통해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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