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조정래 선생님의 <한강> 같은 작품을 감히 기대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작품도 대단하고 엄청나다. 그 엄혹한 시기에 이러한 작품을 낼 수 있었다는데 당연히 경의를 표한다.
그만큼 아쉬움도 읽는 내내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대와 환경 등의 변화가 물론 있었겠으나, 언제 어디서나 존중받고 공감하게 되는 보편타당성 등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남근주의적 여성차별의식, 가부장성, 시대사적 흐름을 다소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따라간 건 아닌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의식과 유형 등에 불구하고 느꼈던 답답한 행동양태 등이 상당히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끝내 마음 속에 남았던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먹고 살기에도 바쁘고 몸과 마음을 옥죄던 군부독재시대에 이러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셨다는 점, 만화의 형식을 빌어 우리 현대사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단순히 그림과 이야기만 놓고 보더라도 상당히 재미있다는 점에서 감히 많은 사람들께 이 작품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