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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놀(다산북스) 펴냄

20대 후반 미혼 여성으로서 짧은 지난 생을 돌아보자면,

(별 것 없긴 하다)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는 결혼은 나와 먼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 서른 넘어서 결혼하고 애기 낳고 사는

막연한 미래를 그렸다.



그리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준을 하면서,

주변에서 종종 결혼 소식을 들을 때마다

괜시리 무서워졌고,

짐처럼 여겨지는 결혼을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그러다 사회에 입.갤.

적응하는 것도 버겁던 차에

성장통을 거하게 겪으며

사회초년생의 생활에서 잠깐 쉼표를 찍고

다시 복귀한 게 지금.

결혼을 준비하는 주변의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정말 결혼은 나에게서 멀어진 것 같다.

작년에 크게 아프고 나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는 것에

엄청난 피로함을 느낀다.

진짜 정말 피곤할 때는 물리적으로 나 혼자 있어야,

쉬는 것 같다.

사람이 복작복작거리는 대가족의 삶,

생각만해도 정말 피곤하다.

그러면서 혼자 있는 삶이 편해졌고(외롭지만),

자연스럽게 혼자인 미래를 그린다.



관심사가 이러니 그런 삶을 그린 이야기를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내 손에 들려진 책,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나같은 누군가에겐 환영받을 책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탄 받을 책이다.

어제만 해도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랑 얘기를 하다가

기사님이 대뜸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물으셨다.

곧 내려야 하기도 했고, 긴 얘기는 하기 싫어

"해야죠~ 근데 아무나 하고는 할 수 없죠"라고 대답했는데,

기사님이 "결혼 안하면 나라 팔아먹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후, 왜 결혼을 안하면 매국노가 되는거죠?

매국노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수준을 넘어서 잘 살고 있는데,

꼭 결혼 안하는 사람들에게만 비난을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좀 더 어렸을 적에는 내 이야기와는 멀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을테지만

진짜 내 미래인 것 같아서 막막해질 때가 있다.

나 같은 동지가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희망을 가지며 읽기 시작한 책.

생각보다 내용이 더 좋다.















1 / 세상은 다채롭다



김영하 작가가 쓴 <여행의 이유>에서 나왔던 개념인데,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는 인식과 사상이

자기 머릿속에 숨어져 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자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고정관념이다.



우리나라에서 50대 여성을 떠올리면

그려지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아마 결혼을 했을 것이고, 남편도 있을 것 같고,

보통 대학생 정도의 자식들이 있을 것 같다.

근데 그건 다 고정관념이다.

그 여성은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길 수도 있고,

워커홀릭일수도 있고,

연애 면에서는 여성을 선호할 수도, 남성을 선호할 수도 있다.

우리는 처음 만날 때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호구조사를 시작한다.



이 책에서도 이와 관련된 일화들이 많이 등장한다.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선은 나부터 그러지 말아야한다.

나부터 어느 사람과 처음 만날 때

고정관념에 틀어박힌 호구조사를 하지 않으면 된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세상은 다채롭다는 걸 인정하며 진정성 있게 대하자.



그래서 나는 나부터 인사치레성 외모 품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예를 들면 이런 말이다.

"많이 예뻐졌네?", "살이 빠졌나 봐.",

"날씬해져서 그런가 보기 좋네.",

"어쩌면 그렇게 얼굴에 주름이 없니?",

"어려 보여." (본문 중)





2 / 비소수자도 소수자가 될 수 있음을



성소수자를 뜻하는 LGBT라는 말이 있다.

레즈,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를 뜻하는 말인데,

성적인 측면에서 소수자로 분류된다.

근데 이렇게 분류되는 사람들이

언제나 소수자로 남는 건 아니다.

누구나 소수자이며 비소수자이다.

당연한 말인데도 새삼 이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본문에서 청약 관련 일화 덕분이었다.



나라에서 내놓는 정책의 대부분은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

요즘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는 1인 가구 이슈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제 막 독립을 준비하는 '청년'의 이야기일 뿐이다.

40~50대 비혼인은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 중)



청년 1인 가구인 나는 청약에서 불리하다는 점에서

짜증을 냈었는데,

그나마 나는 정부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계층이었다.

절대적으로 다수는 아니기에 소수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비소수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도 내가 계속 1인 가구라면

난 어떻게 될까?

정책과 혜택의 사각지대 계층이 되지 않을까?...



끊임없이 내 목소리를 내면..

들어주실 건가요?





3 / 나이가 들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



비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나이 듦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흔에게>라는 책이 많이 생각났는데,

같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한창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

시간이 지나니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처음부터 비혼주의는 아니었지만,

살다보니, 살아내다보니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는

잡지사에서 청춘을 바쳤고,

방송 작가로서 제 2의 삶도 살아냈다.

일하면서 건강도 잃어보고,

고생도 많이 해 본 작가의 삶을 보며

삶에는 정해진 스탠다드가 없다는 걸 느꼈다.



어찌 될 진 모르겠지만,

지금을 잘 살아내면 내 미래도 어찌어찌 그려지겠지, 대충~



예전에 죽는 것보다 늙는 게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한 적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난 예전보다 지금이 좋고,

미래가 지금보다 좋을 것 같다.

생각이 휙휙 바뀌는 요즘,

내가 좋으면 그만인 삶을 살아내야겠다.

나이 든 나의 모습, 기대된다. (갑자기?)

2019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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