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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년 책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의 표지 이미지

십팔년 책육아

김선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책육아의 8할은 그림이다. 글은 보너스고. 아이 어릴 때부터 문자노출을 하기 위한 학습 목적으로 시작하는 게 책육아라 생각했다면 잘 들어라. 그림에 홀려서 보다 보다, 엉겁결에 옆에 있는 글씨도 보다 보다, 어영부영 한글, 영어까지 깨우치게 되는 놀랍고도 자연스런 메커니즘. 그 미치도록 귀엽고 숨막히게 아름답고 눈물 날 절도로 따뜻한 그림자체가 이야기고, 사랑이다. (p.77)

이 책의 저자인 “하은맘”은 책 육아도 이미 아주 유명하신 분이다. 이 책의 독자인 나도 “하은맘”인 책육아하는 엄마고. 그러니 내가 어찌 이 책에 끌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다른 부분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으나, 난 위에 적은 저 문단이 너무나 마음에 닿았다. 물론 저자의 발톱의 때 만큼도 못 따라가겠지만.

최근 아이에게 또 한번 놀랐던 일이 있는데, 아이가 가르친 적이 없는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다. (비록 2단뿐이고, 이 일은 이, 이이 사, 이렇게 외우는 것이 전부지만) 아이의 할머니가 “얘 구구단 외운다”라고 하셔서 “에이, 엄마 너무 심하다~”하며 시켜봤다가 기절초풍. 도대체 어디서 구구단을 배운 걸까 하고 고민까지 한 일이 있었다. 오늘 낮에 아이에게 물어봤다. 구구단을 어떻게 아냐고. 어린이집에서 배운거냐고. 아이가 오히려 묻는다. “구구단이 뭐야?”
“이 일은 이~ 그거 말이야.” 하고 말하자 아이는 수학동화책을 꺼내온다. 설탕 한 스푼에 솜사탕 두 개, 라는 솜사탕공장 동화책!!! 그래, 결국에는 또 책. 이게 책의 힘이라는 것을 또 잊고 살았다. 매일매일 경험하다 보니 숨쉬는 것처럼 당연해진 책의 기적.

-집이 도서관이니 개처럼 뛰어다니다 읽고, 먹으면서 읽고, 싸면서 읽고, 자다 읽고, 쉬면서 읽고, 차에서 읽고, 책이 놀이고 휴식이고 취미이고 특기고 낙인데 애가 잘 안 클 수가 있겠냐? (p.125)

-노력하지 않고 대충 끼고 있는 건 절대 제대로 된 육아가 아니야. 내 부족함을 내가 알잖아. 아는 만큼 죽어라 노력해. 나에게 원 없이 웃어주고 앵겨주고 매달려준 고마운 애. 날 제대로 철들게 해준 은인. 정신 차릴 때쯤 아이는 엄마 품을 떠나려고 해. 너무 강하고 의젓해져서 미안함을 지나 조심스러워지지.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처럼.(p.232)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닿았고, 나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해서 두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이번 주 내내 너무 바빴는데, 두 번이나 읽었다. 아이의 아웃풋을 바라고 책을 읽어온 것도 아니고, 책을 읽어준 것도 아니었다. 수천 권, 때론 집에 온 손님들이 무섭다고 표현할 만큼의 책을 짊어지고 사는 것도, 뭔가 대단한 걸 바래서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책이 좋았고 아이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단 하나. 그게 나의 목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는 주변 아이들보다 말이 빠르고, 말을 웬만한 어른보다 잘하며, 심지어 그 언어센스가 넘치도록 뛰어나다. 스스로 뭔가를 찾아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해력도 빠르다. 음악을 좋아하고 긍정적이고 따뜻하다. 내가 아이에게 배우고, 내가 아이에게 힘을 얻고 있다.

나는 너무나 바쁘고 부족한 엄마고, 결국 내가 남들보다 많이 해준 것은 책 노출이 전부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더 책을 믿고 의지하는 건지도 모르고.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마치 한줄기 빛 같은 거다. 그래, 다른 거 다 못해도 돼. 죽을 힘을 다해 놀아주고 죽을 힘을 다해 책만 읽어, 라고 말해주는.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쌓여가지만 아직도 내가 엄마인 건지, 낳으니까 엄마인 건지 모르겠다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책으로 아이를 키우라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잘 하라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한다고 모든 아이들이 명문대를 가고, 잘하는 것도 아니란 것도 나도 안다. 다만,일단 정신이 번쩍 들게 혼나고 나면, 세상이 조금 다르다.

작심 3일이라도 그 3일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작심 3일들이 모여 내 아이를 바꾼다고 생각하면, 3일에 한번 혼나는 것도 할 수 있다.
나는 엄마니까.


#책속구절 #책속의한줄 #책스타그램 #책으로소통해요 #북스타그램 #육아 #육아소통 #책읽는아이 #책으로크는아이 #찹쌀도서관 #딸스타그램 #책으로노는아이 #책속은놀이터 #찹쌀이네도서관 #책읽는엄마곰 #책읽는아기곰 #책읽는엄마곰책읽는아기곰 #십팔년책육아 #지랄발랄하은맘 #하은맘 #rhk #알에이치케이 #책육아 #아웃풋육아 #육아서 #책육아서 #책육아추천 #강력추천
2019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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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


아트는 어쩌나 대프니를 그렇게 잘못 판단했을까? 아주 쌀쌀맞고 고고한 데다 짜증 날 정도로 완벽하고 거만한 여자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녀는 결점 많고 상처 입기 쉬운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신보다 더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대단한 사람이기도 했다. 대프니가 아니엇다면 그들 중 누구도 지금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변화했다. 대프니의 기운이 어떤 식으로든 그들 전원에게 스며든 것 같았다. (P.442)

20대의 나는 40대의 삶이 막연히 '노잼'일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40대가 되어보니 살이 좀 찌고, 피곤을 조금 더 느끼는 것뿐 여전히 삶은 나의 마음에 따라 '대유잼'이기도 하고, '노잼'이기도 하다. 오히려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즐거움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좌우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 아닐까? (뭐, 외모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늙고 살쪘다.) 그 덕분일까,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엄마아빠의 모습때문일까.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을 받아들고, 나는 피식, 웃음부터 나왔다. 맞아, 70살에도 마음만 즐겁게 먹으면 행복할거야, 하고.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정도 많고 탈도 많은 노인들의 마을구하기 대작전을 옮기고 있다. 패션감각이 좋고 끼많은 할머니 대프니, 결혼으로는 이름을 출산으로는 직업을 포기하고 그저 '아내', '엄마'로서 살아온 리디아, 뜨개질계의 우주대스타(일명 뜨개질 뱅크시) 루비, 결혼을 다섯번이나 하고 사별도 다섯번이나 한 애나, 연기경력 50년차 무명배우 아트, 그리고 고등학생 미혼부 지기. 어떤 면에서는 주변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의 조합이지만, 조금만 마음을 크게 뜨고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조합이다.

이들은 우연히 당야한 사회 커뮤니티 한쪽 구석, 노인 사교클럽이라는 접점을 갖게 된다. 처음 그들의 모습은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못하고, 긴 시간 각자의 삶을 살아왔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연륜에서 묻어나는 깊은 이해로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또 자신에게 다면한 문제들을 젊은이들보다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자 한다.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삶은 분명 노인의 삶이었지만, 사실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었던 거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진짜 삻이 무엇인지를, 자리를 지키고 책임지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온 마음을 다해 배우게 된다.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을 읽을 때에는 기발하고 유쾌한 스토리 진행에, 다른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그저 스토리에만 퐁당 빠져있었다. 그만큼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이야기자체에 몰입하게 하고, 우리도 그 사교클럽 어딘가에 발을 얹은 누군가가 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나이가 가진 한계, 환경이 가진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 마음대로 타인의 한계를, 내 한계를 미리 정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노화와 사랑과 우정, 노인과 미혼부와 어런이. 어쩌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조차, 우리의 편견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규정지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기존의 틀을 깨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혹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가? 아침부터 피곤과 짜증이 먼저 떠올랐는가? 만약 그랬다면 꼭 한 번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을 만나보기를. 분명 당신의 하루가 고마워질테니.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책깃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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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내 부모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보잘것없는 나의 성이 있다. 혼자서 세상을 떠돌고, 그 만남에 관한 글을 쓰고, 방과 후 산책단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온통 여행으로 가득한 삶. 그 성을 지키기 위해 이제 무릎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나는 눈물로 흐려진 시야를 닦으며 잔을 들었다. 싸울 거야, 이 무기력한 날들과 살아낼 거야. 엄마의 몫까지. 벌어진 상처 위로 눈물을 쏟으면서도 나는 앞으로 나가기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p.134)

아침에 공원에 앉은 나를 누군가가 봤다면, 불안정한 상태라 생각하며 바라봤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집을 두고 출근 한 시간 전 볕도 좋고 꽃도 좋은 공원에 앉아 『일단 떠나는 수밖에』를 펼쳐 들었다. 에세이 맛집 수오서재에, 김남희라니. 내가 감히 이 책을 방구석에서 읽을 수 없지. 마치 소풍을 하러 가듯 커피 한 잔, 책 한 권을 달랑달랑 들고 나섰던 나는 결국 화장기 하나 없는 말간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가야 했다. 울고 우느라 기미도 몇 개쯤 얻었을지 모르겠다. 언제나 안전한 것을 추구하는 내가, 어쩌면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서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다정함에 다가서는 삶을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꼭꼭 씹어 내 방식으로 소화해본다.

『일단 떠나는 수밖에』를 내 식대로 정리하자면 “돌아갈 곳을 향하기에 여행”이라고 남겨두고 싶다. 유독 이번 책을 읽는 내내 그 마음이 들더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를 이들 사이에서 남겨진 문장들이지만 그녀는 그 시간들을 돌아, '지금'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너 장의 페이지만 남았을 때 문득, 어쩌면 여행이라는 자체가 돌아갈 곳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단어임을 깨닫고, 매일매일의 내게 돌아올 곳이 되어주는 가족이, 집이, 나의 공간, 또 하루를 어떻게든 보낸 나 자신이 사무치게 감사해졌다. 꼭 타인이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에게 “이번에는 이런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어.”라며 오늘의 나를 정의하는 것. 때론 유치하고 때론 오글거리며, 때론 다소 모질지라도 매일매일의 “나”를 정리하는 것. 그것이 여행이 아닐까.

어떤 페이지를 읽으면서는 “나”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성소들 안에서 “너는 이대로도 괜찮다고,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냐고 위로해주는 것 같은(p.162)” 느낌을 받았다는 그녀에게는 그 여행이, 그 걸음들이 퀘렌시아였을까. 이 작은 식탁에 앉아 가만히 책을 읽고 글씨를 쓰는 순간을 “가장 나답다”라고 생각한다면, 나의 삶은 너무 리듬이 없는 것일까.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면 누군가 “네 삶이 재미없어 보여”라고 한대도 “오, 그래?”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남은 몰라도, 나는 가장 나다운 것이 무언인지 알아주어야지. 그녀 말대로 나도 뜨거운 삶이었음을, 뜨거운 삶임을 잊지 말아야지.

책을 덮고 난 지금도 가만히 여러 문장을 곱씹어본다. 어쩌면 원래 알았을지 모르지만, 깜깜한 밤이 되서야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붙여온 수많은 핑계, 변명들 아래의 숱한 것들을 가만히 생각해봤다. 시간이 없어서, 워킹맘은 바빠서, 아직 아이가 어려서. 사실 그 핑계들의 대부분은 다른 선택지가 늘 존재했지만, 내가 답을 모르거나 애써 모른척했던 것이 더 많다. 늘 조급하고, 서툴고 여유 없는 내게 그녀의 문장은 꽤 밀도 높은 응원이 되었다. 날개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어 지금 당장 날아오지는 못해도, 적어도 녹슬지 않도록- 제자리에서라도 날갯짓해야지.
'안 한 일'을 '못한 일'로 덮어버리지는 말아야지. “세상은 성공, 완성 같은 단어로 이뤄진 게 아니라 실패, 미숙함, 불완전함 이런 단어로 구성되어 돌아가는(p.294)” 것이라고 조금 더 믿어봐야지.

“지구는 언제까지 내 여행을 허락해줄까? 산은, 바다는, 강은, 사막은 언제까지 내 걸음을 받아들여 줄까(p.262)”라는 그녀의 질문에 내가 산이나 받아 대신 “오래오래”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그래야만 우리는 이 섬세하고도 편안한 문장들을 오래오래 읽을 수 있지 않겠나. 어떤 사람은 빙하를 보고 에어컨 온도를 높이고, 어떤 사람은 온난화의 심각성을 뉴스로 읽으며 에어컨 온도를 높인다. 그녀는 전자, 나는 후자에 가깝겠지만 서로의 실천은 모두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감히 나는 그녀에게 그 여행을 계속해달라고 남겨둔다. 그러면 그 문장들로 함께 실천하고 고민할 나같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일단 떠나는 수밖에

김남희 지음
수오서재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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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자하는 책은 천개의바람 출판사의 동시책 시리즈, 7번째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이다. 천개의바람 출판사에서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창작동시집이 출간되는데, 대표적으로는 우리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드라큘라의 시』가 있다.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의 작가님은 선생님! 선생님의 하루하루를 들여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동시집이다. 이 책이 특히 눈길이 갔던 이유는 딱 우리 아이같은 아이들의 일상, 아이들의 마음, 선생님의 마음, 교실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우리 아이 역시 자기 마음같은 시를 찾기도 하고,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하며 이 책을 읽더라. (아이반의 친구들과 이름이 같은 아이가 2명이나 등장해 우리 아이를 더욱 몰입하게 했다)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을 읽으며 아이가 가장 공감한 시는 “얘들아 나가자”였다. 현재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처럼,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다고 했다. 열정적이고 다양한 수업을 많이 하는 선생님에게 풍덩 빠져있는 우리 꼬마는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을 읽는 내내 '우리 선생님도', '우리 선생님도'를 외쳐댔다.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신 선생님을 만난 것도 무척 감사하고, 사소한 것에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키우고 있음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을 읽으며 가장 놀라워한 시는 “너희는 언제 두근두근 해?”였다. 선생님의 마음이 두근두근한 순간들이 적혀있었는데, 아이들이 오지 않고 학부모님의 전화가 울릴 때, 교장선생님께서 수업끝나고 만나자고 할 때가 적혀있었다. 직장인인 엄마눈엔 피식, 웃음이 났는데 아이는 깜짝 놀라며 “며칠 전에 내가 아파서 우리 선생님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겠다”며 걱정을 하더라. 문득 우리 아이들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생각하기도 했고, 언론에 비춰지는 몇몇 선생님들때문에 전체 선생님들이 함께 하향평준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엄마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시는 “어떤 전화를 받고 나서”였다. 우리 모두 타인의 가시돋친 말에는 상처를 받듯, 선생님의 마음도 마찬가지. 가르침과 사랑을 한 선상에만 두려는 부모님들에 다친 마음이 보여 토닥이고 싶어지더라. 물론 가시같은 학부모도 있고 가시같은 선생님도 있겠지. 그러나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의 선생님처럼, 우리 아이의 선생님처럼 마음이 큰 선생님이 더 많고, 나같은 학부모가 더 많음이 더더욱 당연한 세상이면 좋겠다.

최근 아이가 학교에서 시를 배우며 시를 쓰는 것이 참 어렵다고 말을 했다. 학창시절 내내 시를 썼던 엄마는 어떤 점이 어려운지 쉬이 다가서주지 못했는데,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을 읽은 아이가 문득 말한다. “아! 내마음을 쓰면 시구나”하고. 엄마가 가르쳐주지 못한 세상을 가르치는 것이 책임을 또 한번 깨달으며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의 고운 마음들에 감사를 떠올려본다.

아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을 동시집, 『달콤한 곰님의 교실에서는』였다.

달콤한 곰 님의 교실에서는

정유경 지음
천개의바람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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