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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마흔에 등단했을까? 그보다 젊은 나는 해가 갈수록 꿈이란 꿈은 다 사그라드는 것 같 같은 말이다. 그런 스토리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박완서의 글이 참 좋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전집도 오래전에 집에다 모셔놨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연애할 때도 「카메라와 워커」라는 박완서의 단편을 감명 깊게 읽고, 그 감동에 대해 맥주 몇 잔을 비우며 신나게 얘기했더랬다. 다행히 와이프도 박완서의 팬이기도 했고.
시인 고정희의 평가대로, 박완서의 글은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며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이 책은 박완서가 생전에 남긴 인터뷰 몇 개를 모은 것으로, 대부분 여성지나 문학 잡지에 실렸던 것들이다. 문학적인 질문도 있지만, 개인사나 일상에 대한 질문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어떻게 가톨릭 신자가 되었는지 등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생각이 비슷해서 관심 깊게 읽었다.
박완서의 열혈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지만, 인터뷰집의 특성상 질문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흥미나 피로도가 확 차이가 난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을 물어봐 주지 않으면, 또는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만 끊임없이 물어보면 정말 피곤해진다. 차라리 작가와 직접 얘기하거나 작가의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 실린 어떤 대담은 좋았고, 어떤 인터뷰는 정말 별로였다. 특히, 몇 달 새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작가에게 ‘혈육의 죽음을 통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생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건 너무 심했다. 이 외에도 질문자의 편견이나 한계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아쉬움은 조만간 박완서의 소설을 찾아서 읽는 것으로 대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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