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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살림 펴냄

우리는 걸신들린 듯 아귀같이 먹었다. 살을 찢고, 쌀밥을 손으로 떠서 입을 벌린 채 씹고, 식탁에 떨어진 것까지 정신없이 주워 먹었다. 이것이 사령관의 계략일지 모른다는 걱정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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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전체에서 가장 예쁜 발목을 가졌으니 베세트 양은 원하는 대로 무엇을 신어도 좋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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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맥캐퍼티는 시끄럽고 덜컹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휘파람을 분다. 1층까지 왔을 때 그는 호주머니에서 ATM 영수증을 꺼내 조그만 공처럼 뭉쳐서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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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위해 기도해. 아침에 잠에서 깨면 언니 얼굴이 떠올라. 아직도 몸을 뒤척이다 언니가, 언니의 풍성하게 땋은 머리채가 내 옆에 없다는 데 깜짝 놀라. 나를 웃겨주고 머릿속에서 떠올린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던 언니가 말이야. 바에서도 몸을 돌려 언니를 부르지만 언니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침묵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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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르페브르는 90년 전에 죽었어요. 이러나저러나 그녀에게는 아무 차이도 없다니까요." … "아뇨. 난 당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집을 잃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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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싸우면 모든 것을 잃게 돼요.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 기름 몇 방울 뿌린 낡은 캔버스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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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배는 떠났을지 몰라요. 그녀가 이기는 것을 보는 것으로 충분해요." … "맥캐퍼티 씨, 당신에게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요, 인생에는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잔뜩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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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것들을 확인해보고 주방으로 가져간다. 초를 켜고 종이를 한 번에 한 장씩, 흔들리는 불빛에 넣고 재만 남을 때까지 다 태워버린다. … 그녀가 중얼거린다. "자, 소피, 적어도 이것으로 당신을 위해 한 가지는 해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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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고 사랑을 믿은 소피와 이기지 못할 싸움에 덤벼든 리브, 둘다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삶을 다 걸고 위험한 시작을 해야했나 싶은 마음에 답답하기도 했다. 결국 모두가 뜯어 말리는 일을, 둘은 해냈다. 누가 손가락질을 하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냈다. 버티는 힘은 무엇가를 해내는 힘 못지않게 힘들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의구심도 들고, 더딘 변화로 초조하기 때문이다.
고생한 두 사람에게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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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m

‘사랑해‘라는 말이 이토록 끔찍하고 지독하다니.

J가 죽었대

리안 장 지음
오리지널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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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m

영화였다가 요리였다가 일기로 돌아오는.
풍기샐러드와 멘치카츠, 버섯 오믈렛은 만들어 보고 싶다.

시네마 쿠킹 다이어리

오토나쿨 외 1명 지음
유선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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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m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프랑스 파리로 훌쩍 다녀온 듯하다.

🤍표지: 마틴 리코 이 오르테가, <트로카데로에서 본 파리 풍경>

🤍마음에 드는 작품
1 루이지 루아르, <포르 도레의 회전목마>
- 비에 젖은 듯 축축한 느낌이 난다. 오른쪽에 밝은 빛을 뿜는 회전목마에 시선이 간다. 어둑한 거리를 밝히는 불빛이 좋다.

2 클로드 모네, <축제가 열린 파리 몽트르게이 거리, 1878년 6월 30일 기념>
- 거리를 꽉 채운 사람들과 벽에 걸린 국기. 어떤 열정과 희망이 화면을 꽉 채운다. 그림 가운데 국기가 날린다. 에너지가 느껴진다.

3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트리니테 광장>
- 몽환적이고 따뜻하다. 광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4 빈센트 반 고흐, <클라시 대로>
- 고흐가 이런 작품도 그렸구나. 처음 알았다. 붓질이 다 느껴진다. 어떤 마음으로 파리에 있었을까.

5 파블로 피카소, <푸른 방>
- 상실과 우울이 적나라하다. 왼편에 선 사람이 몸에서 물기를 짜내는 것 같다. 슬픔을 머금을 데가 없어, 눈물이라도 흘려보내야 하는 것처럼.

6 카미유 피사로, <겨울 오후 튈르리 정원>
- 겨울이라도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차가운 공기에 맑은 정신이 깃든다.

🤍같은 장소여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그렸는지에 따라 다른 작품이 만들어진다.
르누아르의 <퐁네프>와 모네의 <퐁네프>

화가가 사랑한 파리

정우철 (지은이) 지음
오후의서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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