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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요.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요.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한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맘에 꼭 맞는이.
큰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개 홍예문 틀어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기(口令)를 부르지요.
「앞으로 — 가. 요.」
「뒤로 — 가. 요.」
키는 후리후리. 어깨는 산ㅅ고개 같어요.
호. 호. 호. 호. 내맘에 맞는이
- ‘내 맘에 맞는 이’,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鄕愁’, 정지용
할머니
무엇이 그리 슬어 우십나?
울며 울며
鹿兒島로 간다.
해여진 왜포 수건에
눈물이 함촉,
영! 눈에 어른거려
기대도 기대도
내 잠못들겠소.
내도 이가 아퍼서
故鄕 찾어 가오.
배추꽃 노란 四月바람을
汽車는 간다고
악 물며 악물며 달린다.
- ‘汽車’,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 섰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여 세우고,
죵죵 다리 깟칠한
山새 걸음거리.
여울 지여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닢 닢
소란히 밟고 간다.
- ‘비’, 정지용
그리워 그리워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어디러뇨
동녘에 피어있는 들국화 웃어주는데
마음은 어디고 붙일곳 없어
먼 하늘만 바라보노라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옛 추억
가슴아픈 그 추억 더듬지 말자
내 가슴엔 그리움이 있고
나의 웃음도 년륜에 사라졌나니
내 그것만 가지고 가노라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 찿아와도 고향은 없어
진종일 진종일 언덕길 헤메다 가네
- ‘그리워’, 정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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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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