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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의 표지 이미지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희선 외 6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박상영 |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65p. 처음에는 마치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던 대낮의 데이트도 금세 시들해졌고, 어느새 우리는 서로를 일상의 권태로 여기기 시작했다.

86p. 너 유치원 다닐 때였나. 한번은 너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 (...) 신발만 대충 꿰어 신고 나와서 유치원에서부터 허겁지겁 너를 찾는데 멀리 네 뒷모습이 보였어. 나는 가만히 네 뒤를 따라갔다. 네가 두 발쯤 걷다 자꾸만 멈춰 서기에 뭐하나 봤더니, 거리에 있는 모든 가게 앞에 서서 일일이 들여다 보고 관찰하고, 때로는 만져도 보고 그러고 있더라.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그 모습을 뒤에서 보는데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덜컥 무섭더구나. 네가 더이상 내가 아는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네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네가 걷고 싶은 길을 너의 속도로 걷는 게, 너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라는 게 그렇게 섭섭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너를 많이 괴롭혔던 것 같네. 간이 작아서. 너를 간장 종지처럼 좁은 내 품안에 가둬놓고 싶었나보다.
2020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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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당신한테 뭐가 필요한지 알아요." 남자가 말했다.

🌱“보살핌이요. 이 세상에 보살핌이 필요 없는 여자는 없죠.”

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책방 펴냄

2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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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그녀는 그동안 알았던 남자들을, 그녀에게 청혼을 해서 그때마다 승낙했지만 결국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그녀는 그들 중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애초에 청혼을 왜 받아들였을까 약간 의아했다. 그녀는 돌아누워서 집 주변 덤불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오늘 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여자에게 가끔 필요한 것, 즉 칭찬이었다. 뻔뻔스러운 거짓말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녀는 칭찬을 자기가 먼저 요구하는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 나이에 말이다. 아무 것도 배우질 못한 걸까? 그녀는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들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려고 물을 끓였다.

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책방 펴냄

2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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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아일랜드는 예전 같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여기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다들 만족했죠."

"가난한 사람이 만족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그가 어깨를 들었다가 내렸다. 아이 같은 반응이었다. 그는 대화를 이끌지도 못하고, 대답도 못하고, 대화가 없는 것에 만족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이 남자가 최소한 잡담은 나눌 수 있겠지 생각했고, 🌱좋은 대화는 전부 잡담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그녀의 개인적인 지론이었다.

74. 🌱긴 침묵이 자라더니 단단해졌다.
그녀는 그가 정확히 뭘 원하는 걸까 생각했다.

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책방 펴냄

2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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